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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이 트였다. 마음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도 조금이나마 내려 놓게 된 듯 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시원했다. 그는 "이번 경기로 호흡이 트였다. 다음 경기부터는 점점 편해질 것이다. 내가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이 된다면 감독님의 선수 운영 로테이션에서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인천 공격진의 한 옵션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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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야인 생활을 하던 이천수는 어느날 조카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친구들이 이천수가 누구인지 모른데…."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삼촌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조카다. 삼촌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자존심이 강한 이천수에게 큰 충격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때부터 이천수는 복귀를 결심하고 전남의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찾았다. 박항서 감독, 김봉수 코치, 하석주 감독을 잇따라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고 전남 서포터즈에게도 머리를 숙였다. 자숙의 의미로 광양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 달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 결국 전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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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얘기를 하던 중, 이천수가 갑자기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아내는 몸이 무거워서 집에서 TV로 경기를 봤다. 내가 얼음찜질을 하며 집에 가니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하더라. 계속 축구 할 수 있냐고 걱정하더라. 이겨낼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축구 선수' 이천수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이천수는 "내가 방황하던 시기에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그동안 나에게 힘을 주고 배려만 해줬던 여자다. 그동안 아내가 웃은 적이 별로 없다.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시간만 주고 싶다. 좋은 축구선수,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당당하게 일어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라운드 안에서의 투지는 예전과 다를 바 없다. 반면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직까지(?) 별 탈은 없다. '이천수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천수가 달라진 것 같아서 흐뭇하다"고 했다. 이천수에게 "실제로 달라졌나, 달라진 척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천수는 그라운드 안과 밖을 나눠 설명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상대 선수들을 존중하는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만, 예전에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흥분을 많이 했고, 거친 플레이가 나오거나 심판 판정에 불만을 많이 드러냈다. 이제는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다. 휘슬을 불면 '아쉬워요'라는 말만한다. 전보다 좋아진 건 맞는 것 같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경기 외적으로 성숙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자연스럽게 변해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인천에 입단하면서 아내와 약속을 했다. 먼저 다가가고, 먼저 인사하고, 시간 약속에 늦지 않기로 했다. 그 부분들을 지키다보니 보시는 분들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내 꿈은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하는 꿈나무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잊혀지는게 너무 힘들었다. 꾸준히 기억되는 선수로 남기 위해서 달라져야 한다."
희망을 전하는 세리머니
"아직 50점이다. 세밀함이 부족하다. 하지만 50점에서 바로 90점, 100점으로 올라가고 싶다. 아직 먹이를 잡아먹을 준비가 100%되지 않았다. 100%가 된다면 맹수처럼 먹이를 잡으러 무섭게 달려들 생각이다." 이제 3경기를 치렀다. 예정보다 빠른 복귀였다. 반면 경기력은 본인이 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100점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계기가 필요하다. 복귀골이다. 그는 "내 경기력을 끌어 올리고 기분을 향상 시키는데는 골이 최고다. 첫 포인트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내 1년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 골이 들어가야 더 큰 꿈을 위해 전진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골보다는 골 세리머니에 대한 갈증이 크다. 자신의 인생을 직접 몸으로 표현을 하고 싶단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메시지를 얻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다시 그라운드로 못 돌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지만 있다면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내가 첫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면 '이런 생각으로 했구나'하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민은 있다. 의미 전달이 쉽지 않다. "여러가지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 의미를 몸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골이 아직 안 터지나?(웃음)"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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