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에게 올시즌은 위기였다. 손주인의 영입으로 치열해진 내야 주전 경쟁. 벤치를 지키는 일이 잦아지자 의욕이 떨어졌다. 간혹 대타로 타석에 섰지만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무기력하게 물러서는 일이 반복됐다. 10타석에서 안타는 단 1개도 없었다.
우울했던 하루하루. 변화가 찾아왔다. 포수 현재윤의 갑작스러운 부상. 넥센 포수 최경철 영입 카드로 서동욱이 선택됐다. 지난달 25일 처음 만난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강진에 가서 지금까지의 야구 인생과 앞으로 너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라"고 권유했다. 새 희망을 품고 내려간 2군 생활. 열심히 했다. 잊혀질 뻔 했던 감각이 빠르게 올라왔다. 땀의 대가.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 왔다. 염경엽 감독은 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서동욱을 강진에서 서울로 불러올렸다. 전날 열린 퓨처스리그 한화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직후. 여러가지 포석이 담긴 조기 호출이었다. "원래 한 달쯤 두려고 했다. 다음 4일 휴식 때나 부르려고 했는데 일찍 올렸다. 최근 지친 김민성에게 휴식을 줄 필요가 있었다. 마침 서동욱의 페이스도 올라왔다는 소식도 들렸다. 어제 2군 경기에서 안타도 2개 쳤다고 하고…. 친정 LG전이라 부담이 될수도 있고 반대로 승부욕이 더 생길 수도 있다. 후자였으면 좋겠다." 염경엽 감독의 설명. 돌고 돌아 다시 밟은 잠실 땅. 서동욱은 염 감독에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했다. 취재진에게는 "첫 경기가 LG 전이라 긴장되고 떨린다"고 했다.
김민성 대신 3루 8번 타자로 이름을 올린 서동욱. 염 감독의 기대감은 현실이 됐다. 서동욱은 넥센 유니폼을 입고 선 첫 타석부터 '일'을 냈다. 0-0이던 2회 2사 1,2루. 왼쪽 타석에 서기 전 서동욱은 갑자기 돌아섰다. 1루측 LG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지금은 상대 응원팀이 된 LG 관중석에서 큰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불과 잠시 후 LG 응원석에서는 탄식이 흘렀다.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서동욱이 우중간을 깨끗하게 갈랐다. 선제 2타점 3루타. 넥센 입단 첫 타석에서 화끈한 신고식. 2013시즌, 자신의 첫 안타. 평생 잊을 수 없는 마수걸이 안타가 터졌다. 4회 무사 1,2루에서는 희생 번트를 성공시키며 벤치 작전을 수행했다. 서동욱은 6회 2사후 깨끗한 우전 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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