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승 전까지 강원FC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켜켜이 쌓이는 무승에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코칭스태프나 선수 모두 입을 굳게 다무는 날이 길어졌다. 구단 사무국 직원들조차 강릉 클럽하우스 출입이 껄끄러울 정도였다. 최근 선수단 월급체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악화 일로로 치달았다.
성남전을 앞두고 있던 김학범 감독은 한 가지 묘수를 냈다. 잔뜩 굳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고자 내민 카드는 월드스타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다. 시건방춤으로 강남스타일 못지 않은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것을 김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훈련장에서 신인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선배들이 열심히 훈련하는데 너희들도 뭔가 해야하지 않겠니? 춤 한 번 춰 봐!" 자신이 휴대폰에 담아둔 젠틀맨 음악을 틀었음에도 머뭇거리자 이번엔 외국인 선수 지쿠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지쿠, 너도 한 번 해봐"라며 댄스타임을 제안했다. 성격좋은 지쿠가 망설임 없이 시건방춤을 추자 나머지 선수들도 동참했다. 얼음처럼 꽁꽁 얼었던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오랜만에 훈훈해졌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성남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에서 시즌 첫 승을 달성하자 "젠틀맨과 시건방춤이 첫 승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고 웃었다.
사실 김 감독은 호랑이 지도자로 소문이 나 있다. 범접하기 힘든 부리부리한 인상과 목소리에 첫 대면부터 주눅이 들고는 한다. 훈련장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간 모습을 보였다간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런 김 감독도 강원에선 수도승이 됐다. 20여년을 바라보는 지도자 인생에서 10경기를 치르도록 한 번도 승리가 없었던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속은 이미 숯덩이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강원 지휘봉을 잡을 때 호통보다 웃음으로 선수들을 아우르겠다는 다짐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안 그래도 힘든데 나까지 내색을 하면 선수들은 어떻겠느냐"며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강원 골키퍼 박호진(37)은 "훈련장에선 엄하시지만, 뒤끝이 없으신 분이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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