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청춘을 바친 연고지에서 후학들을 길러내는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강정훈FC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대전 시티즌에서만 통산 259경기(8골-12도움)를 뛴 미드필더 강정훈이 만든 유소년 클럽이다. 자신이 현역 시절 활약했던 대전을 연고로 초등 1~6학년에 걸쳐 연령대별 유소년팀을 운영 중이다. 강정훈 뿐만이 아니다. 대전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63경기(4골-2도움)을 기록했던 베테랑 풀백 김영근도 강정훈FC 12세 이하 유소년팀을 지도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대전에서 뛰었던 수비수 배성재 역시 힘을 보태고 있다. 한밭벌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그라운드를 휘젓던 동료들이 후학양성을 위해 의기투합 했다.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에서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2001년 FA컵 제패의 환희를 맛보기도 했으나, 현역시절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남아 있다. 강정훈FC에서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자신들이 이루지 못했던 K-리그 제패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꿈을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이유다. 열정은 곧 실력이 됐다. 강정훈FC는 29일 경북 영덕군 영덕고 운동장에서 가진 부산 아이파크 12세 이하 유스팀과의 제1회 영덕대게배 전국유소년축구대회(주최:경북 영덕군, 주관:스포츠조선, SBS ESPN, 비트윈 스포츠&엔터테인먼트) 12세 이하 대회 4강전에서 3대1 완승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연고지역에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인 프로 유스팀을 상대로 두 골차 완승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강정훈FC는 한 수 위의 기량과 뛰어난 조직력으로 부산을 공략해 결국 두 골차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은 "팀에서 오랜기간 발을 맞춘 선수들이어서 조직력이 뛰어났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봤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예선에서 그다지 경기력이 좋지 않아 경험을 쌓고자 했는데,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수줍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프로 생활을 되돌아보면 즐거움도 있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도 남는다"면서 "아이들이 강정훈FC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그저 축구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웃었다. 프로 생활을 했던 만큼 가슴 한 켠의 승부욕을 숨기기 힘들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내가 승부욕을 드러낸다면 그건 대리만족 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알아서 풀어가게 두고 그저 지켜보는게 최선"이라며 "승패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 그저 축구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동료들과 화합하며 좋은 실력을 쌓는게 강정훈FC의 역할이다. 인성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시각 옆 구장에서 진행된 또 다른 4강전에선 울산 현대 12세 이하 유스팀이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환호했다. 물끄러며 바라보던 김 감독이 미소를 짓는다. "쉽지 않겠지만, 오늘처럼 우리 실력이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영덕=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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