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선발투수 이재학이 구단 첫 완봉승을 거두는 그 순간, 포수 김태군은 마스크를 벗고 이재학에게 목례를 했다.
잘 던진 투수에 대한 인사,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김태군은 이재학보다 프로 입단이 2년 빠르다. 나이도 한 살 많다. 선배가 후배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선후배 관계가 확실한 국내 프로야구에서 과거에 이런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이재학이 NC의 창단 첫 완봉승을 이룬 다음날, 1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김태군에게 이유를 물었다. 김태군은 "처음부터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학이를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처음'이란 게 생각나더라. 재학이에게 고마운 마음에 (목례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군은 왜 이재학에게 고마움을 느꼈을까. 단순히 창단 첫 완봉승을 만들어줘서가 아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에게도 의미가 큰 승리였다. 룸메이트인 이재학의 앞선 2경기 부진으로 인해 누구보다 이날 승리를 바랬던 그다. 이미 이날 경기를 위해 이전 SK 경기를 복기하며, 볼배합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김태군은 NC 다이노스의 슬로건인 '정의 명예 존중'을 말했다. NC의 홈구장인 창원 마산구장 덕아웃 내 복도에는 곳곳에 '정의 명예 존중'이란 단어가 새겨져 있다. 이는 구단이 야구에 있어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김태군의 경우 아무리 후배라도, 훌륭한 피칭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든 것이었다. 또한 평소 생각이 많은 이재학을 배려해 경기 도중 덕아웃에선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일부러 저 멀리 떨어져 앉았다. 미리 준비한 볼배합도 단 한 차례 바꿨을 뿐이었다. 선배로서 한 마디 할 수 있음에도 이재학을 믿고 기다려줬다.
포수 출신인 김경문 감독은 이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김태군에게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자식, 포수도 정말 잘 했네"라고 생각했다. 김 감독은 김태군이 포수로서 정확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봤다.
투수가 호투를 해도, 포수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가기 마련이다. 실력 없는 포수는 아무리 투수가 좋아도 호투를 이끌어낼 수 없다. 김 감독은 뒤에 묻혀 있는 '포수의 공'을 본 것이다. 이재학의 완봉승의 밑바탕엔 안정적인 김태군의 리드가 있었다는 것이다.
선배의 인사를 받은 이재학은 어땠을까. 너무 얼떨떨한 나머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하루 뒤 만난 이재학은 "나도 인사할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럼 그림이 더 멋있었을텐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 선배가 먼저 인사를 해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김태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선 2경기에서 실점이 많아 속상해했던 자신과 함께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경기를 준비한 '짝'이기 때문이다.
비단 선배가 후배에게 목례를 하는 장면뿐만이 아니다. 이날 우익수 권희동은 공수 교대 때 수비 위치까지 뛰어갈 때 독특한 모습을 보였다. 보통 덕아웃부터 2루수가 있는 2루 근처를 지나 외야로 향하기 마련. 일직선으로 뛰어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권희동은 일부러 수비 위치를 피해 빙 둘러 외야로 향했다.
그동안 수비 때문에 고생한 팀을 알기에 이런 행동이 나오는 것이었다. 괜히 스파이크 자국에 불규칙바운드라도 생길까봐 수비위치와 먼 안타 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권희동의 이런 모습 역시 팀 동료, 또한 다른 수비수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권희동 외에 다른 외야수들도 내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피해, 빙 둘러 외야로 뛰어 나갔다.
'거침없이 가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첫 시즌에 임하고 있는 NC.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인 '정의 명예 존중'을 가슴에 새기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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