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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성남 이끄는 안익수의 '갑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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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김한윤(왼쪽)과 김철호가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강원과의 2013년 K-리그 25라운드에서 강원 최진호를 마크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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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는 축구계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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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단을 이끌어 가는 모기업이 '갑'이라면, 지원을 받는 구단은 '을'이다. 성남의 현실과 일맥상통 한다. 모기업 통일그룹이 구단 운영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시민구단 전환에서 답을 찾지 못한 성남 구단은 안산으로 연고이전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설에 그치고 있을 뿐, 명확하게 결론이 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선수단 입장에선 동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프로축구 최다 우승(7회)이라는 영광의 역사도 자본 논리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강원과의 2013년 K-리그 25라운드를 앞두고 있던 안익수 성남 감독은 '갑을론'을 꺼내 들었다. "(혼탁한 상황이 바뀌려면) 갑이 달라져야지 을이 할 말이 있겠느냐." 갑은 구단 인수를 저울질 중인 안산시, 을은 성남 구단을 뜻한다. 안 감독은 이어 '을'의 자세를 논했다. "을은 수익창출과 비즈니스에만 전념하면 된다." 선문답 같은 화법을 즐기는 그만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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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은 명확하다. 수익창출은 스플릿 그룹A행, 비즈니스는 승리를 뜻한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인 성남의 현실은 척박하다. 당장 살림살이를 신경쓰기도 바쁜 와중에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하부순위 팀들이 모인 그룹B로 가는 굴욕을 겪었다. 올 시즌에도 순위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또 스플릿 경계선에 머물고 있다. 백척간두에 처한 구단의 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라도 그룹A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기 위해선 눈 앞에 놓인 승부를 잡는 승리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현실은 불안하지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뜻을 담고 있었다. 안 감독은 "(성남 선수단) 모두 프로이기 이전에 축구인이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구단 존속에)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맡겨보는 수밖에 방도가 없다"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성남은 강원전에서 90분 간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후반 중반까지 골이 터지지 않는 사이, 경쟁팀인 인천 부산은 모두 앞서갔다. 지난해의 악몽을 떠올릴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 23분 기가의 왼발 중거리포와 44분 김동섭의 헤딩 쐐기골을 보태면서 2대0으로 완승했다. 이날 승리로 성남은 제주에 덜미를 잡힌 부산과 같은 승점 37이 되면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그룹A행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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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승리에도 안 감독은 '을'의 자세를 유지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중요한 상황이 남아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성남의 승리로 스플릿의 운명은 9월 1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갈리게 됐다. 안 감독은 "우리 뿐만 아니라 경쟁팀들도 똑같은 결과를 원할 것"이라며 "같은 환경과 조건이다. 남은 시간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결의를 다졌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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