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유독 춥게 느껴지는 성남이다.
바람잘 날이 없다. 모기업의 구단 매각설이 터져 나온 지 한참이 지났지만, 설만 무성할 뿐 해결책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인수에 나섰다던 지자체는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면서 성남 구단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만한 성적도 시원치 않다. 강등경쟁이 펼쳐지는 그룹B로 떨어졌다. 강등권 팀과의 승점 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 곧 잔류를 확정 지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흥이 나지 않는다. 무패 행진도 소용이 없다. 안익수 성남 감독은 "그룹B에서 왕노릇을 하면 뭐 하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11일 성남-전남 간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가 펼쳐진 탄천종합운동장은 성남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기 전 탄천종합운동장 앞에선 성남 서포터스들이 연고이전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지나치는 행인들의 눈길 조차 받지 못한 그들 만의 외침이었을 뿐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수는 749명이었다. 올 시즌 치른 홈 15경기 평균관중수(2631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기록이다. 성남이 흥행몰이에 애를 먹고 있는 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고작 1000명에도 미치지 못한 관중 수는 갖가지 악재 속에서도 고군분투 중인 성남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 입장에선 맥이 빠질 만했다. 양 팀 서포터스의 요란한 북소리와 함성이 없었다면 흡사 무관중 경기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함성과 박수를 독려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애처로울 정도였다.
각계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 축구인은 "성적은 둘째치고 관중이라도 많아야 힘이 날텐데, 이런 모습을 본 지자체가 구단 인수에 섣불리 나서겠느냐"며 "프로축구 최다 우승(7회)을 한 팀이 이렇게 사라진다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단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면 프로연맹이나 축구협회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이러다간 축구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철수 성남 사무국장은 "12일 성남시축구연합회와 일부 서포터스가 성남시청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하더라. 몇 명이나 모일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무관심 속에 성남의 무패 행진도 막을 내렸다. 후반 47분 문전쇄도하던 전남 송호영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앞선 경기서 4연승을 달렸던 성남은 막판 집중력 부족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한편, 제주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대전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이진호의 활약을 앞세워 2대1로 이겼다. 승점 45가 된 제주는 성남(승점 43)을 제치고 그룹B 단독선두가 됐다. 대구와 강원은 1대1로 비겼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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