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그가 왜 진정한 베테랑 투수인지 보여주는 장면이 목동구장에서 연출됐다.
넥센과 NC의 경기가 열린 25일 목동구장. 9회 이전까지의 양팀의 치열했던 투수전은 각설하자. NC가 9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터진 노진혁의 극적인 솔로홈런으로 1-0 리드를 잡았다. NC는 9회말 수비만 잘 해내면 갈 길 바쁜 넥센에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었다.
수순대로 NC 마운드에는 마무리 손민한이 올랐다. 하지만 손민한은 선두타자 강정호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1루에는 대주자 유재신, 그리고 타석에는 장기영이었다. 두 사람 모두 발이 빠르고 작전수행능력까지 갖춘 선수들. 1점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NC로서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었다.
넥센은 예상대로 번트작전을 펼쳤다. 그런데 장기영이 댄 번트 타구가 투수 앞으로 떴다. 여기서가 문제였다. 장기영이 크게 낙심했는지 타구를 멍하니 바라보며 뛰지를 않았다. 1루주자 유재신은 당연히 손민한이 타구를 잡을 줄 알고 1루 근처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손민한의 노련미가 빛을 발했다. 장기영이 뛰지 않는 모습을 확인한 손민한은 공중에 뜬 번트 타구를 놓쳤다. 그리고 여유있게 2루에 송구했다. 장기영은 그제서야 1루로 뛰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병살타. NC쪽으로 승기가 완전히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손민한의 노련미가 엿보인 부분은 단순히 공을 떨어뜨려 병살타를 만들어낸 것 뿐이 아니었다. 공을 떨어뜨리기 전 상대 타자와 주자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여유있게 공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며 공을 땅에 떨어뜨리는 세밀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물론, 가장 일차적인 책임은 번트를 댄 장기영에게 있었다. 장기영이 번트 후 최선을 다해 1루까지 뛰었다면 둘 중 한 명은 분명히 살 수 있었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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