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흔들고자 건 작전, 하지만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0-2로 뒤진 2회초 두산의 공격. 두산은 1사 후 홍성흔의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불씨를 지폈다. 이원석의 2루타로 만든 2,3루 찬스. 정수빈과 양의지의 연속 적시타가 나와 순식간에 동점이 됐다.
마운드에 있는 나이트는 흔들리고 있었다. 직구도 맞고, 변화구도 맞고. 던질 공이 없는 진퇴양난의 순간.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탓에 두산 입장에선 편하게 승부할 수 있었다.
계속된 1사 1,3루, 두산 벤치는 김재호 타석에서 승부수를 걸었다. 바로 '스퀴즈 번트' 지시가 나온 것이다.
1점을 반드시 내겠다는 일념이었다. 경기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상대가 경험이 없으니, 작전을 많이 쓰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작전이 실패하면 반대로 우리 쪽에 데미지가 클 수밖에 없다. 적절한 상황이 아니면 작전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 벤치는 조기에 승부를 걸었다. 상대를 흔드는 게 더욱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틀렸다. 김재호는 초구에 번트를 댔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떨어진 번트 타구는 멀리 가지 못했다. 포수 허도환은 곧바로 타구를 잡아 3루수 김민성에게 던졌다. 이미 스타트를 끊은 3루주자 정수빈은 횡사하고 말았다.
물론 스퀴즈 작전이 성공했다면, 나이트는 물론 넥센 선수단 전체가 '멘붕'에 빠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번트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 목동구장엔 경기 중반까지 비가 내려 흙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크게 바운드되서 앞으로 나갈 타구도 물기가 흠뻑 젖은 흙 위에선 멀리 나아가지 못한다. 김재호의 번트 타구가 그랬따.
두산 벤치는 이를 간과했다. 푸시번트 등으로 타구를 멀리 보내지 못한 김재호의 잘못, 그리고 다소 스타트가 늦었던 정수빈의 잘못도 있지만, 벤치의 선택이 결과적으론 '악수'가 됐다.
나이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2회는 대량득점을 향한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스퀴즈 실패 이후 이종욱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두산은 역전에 실패했다. '잠시만요!'를 외치고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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