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내려진 '신의 한수'였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두산 김진욱 감독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출전 선수 딜레마 탓이었다.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 발빠른 외야 수비가 중요했다. 외야만 생각하면 '정수빈-이종욱-민병헌 카드'가 최선. 하지만 이 경우 김현수가 1루에 배치돼야 한다. 1,2차전 패배카드와 똑같은 상황.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장소가 달라졌다. 목동이 아닌 잠실이란 딜레마.
변화의 필요성 중 으뜸은 풀죽은 김현수 기 살리기. 공-수에서 부담을 줄요줄 필요가 절실했다. 방법은 원대 복귀를 통한 가장 좋을 때로의 시스템 복원. 1루에서 원래 포지션인 좌익수, 4번에서 원래 타순인 3번으로의 복귀. 그러기 위해선 최준석 4번 카드가 꼭 필요했다. 결국 경기 전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결론은 변화였다. 클린업트리오가 달라졌다. 김현수가 3번 좌익수로 배치됐다. 4번은 1루수 최준석, 5번은 지명타자 홍성흔이었다. 경기 직전까지 당사자들도 몰랐던 변화. 최준석은 연습 시간에 "오늘 출전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홍성흔은 라커 앞에 불여놓은 손으로 쓴 라인업을 가리키며 "급히 쓰느라 이렇다. 원래는 프린트 해서 뽑아놓는데…"라고 설명했다.
장고 끝 변화. 성공적이었다. 1,2차전 통틀어 단 1타점도 합작하지 못했던 두산 중심타선. 변화 후에야 정상궤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김현수 최준석 홍성흔이 차례로 타점을 기록했다. 김현수는 1회 1사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선취타점을 올렸다. 4회 2사 후에는 최준석과 홍성흔이 백투백 홈런으로 추가점을 올렸다. 우려했던 수비 약화도 없었다. 1루수 최준석은 3회 병살 플레이를 육중한 몸을 던지며 완성해냈다. 좌익수김현수는 5회 선두타자 김민성의 펜스 원바운드 된 2루타성 타구를 빠른 펜스플레이를 통해 단타로 묶었다. 벼랑 끝 두산이 고심 끝에 내린 결단. 두산 벤치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 신의 한수가 됐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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