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하지만 고난의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우승이 없거나 성적이 좋지 않을땐 마음고생이 무척 심하다.
양희영(24)은 지난 2008년 LPGA 투어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승이 한차례도 없었다. 다행히 지난 2011년 KB금융그룹과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투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준우승까지는 가 봤지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던 양희영이 마침내 L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것도 생애 첫 우승을 고국팬들 앞에서 일궈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LPGA 대회인 하나·외환 챔피언십(총상금 190만달러)에서 연장 승부 끝에 챔피언에 등극했다. 양희영은 20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서희경(27)과 연장 승부를 벌여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으로는 28만5000달러(약 3억원)를 벌어 들였다. 양희영과 서희경은 이날 나란히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 홀(파5)에서 양희영이 4.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파에 그친 서희경을 따돌렸다.
양희영은 우승 인터뷰에서 "첫 승이라 기분이 얼떨떨하다. 잠이 안 올 것 같다"며 우승 소감을 말했다. 지난 몇년동안 마음고생에서 대해 "2년전부터 기회가 왔는데 못잡았다. 그래서 내 삶이 행복한줄 몰랐던 때가 있었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희영의 아버지는 카누 전 국가대표, 어머니는 창던지기 전 국가대표 출신이다. 운동 신경을 물려받은 양희영은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에 이르는 장타자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15번홀(파4·323야드)에서 티샷을 그린 옆 프린지에 떨어뜨린 뒤 퍼팅으로 이글을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에 대해 양희영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몸을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얻는다"고 했다.
양희영은 이날 우승으로 지금까지 기다려준 스폰서인 KB금융그룹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이번 대회는 금융계 경쟁사인 하나금융그룹이 후원했다. 시상식에서 양희영은 KB금융그룹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모자를 쓰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금융그룹 소속 선수들은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나마 양희영과 연장에서 맞붙은 서희경을 응원했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서희경의 예비 신랑이 외환은행 투자금융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희경마저도 연장전에서 10m 버디 퍼팅을 아깝게 놓치고 말았다.
한편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승중인 김세영(20)은 17번 홀까지 9언더파로 선두를 달렸지만 18번홀에서 한 타를 잃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우승을 차지했다면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두배로 컸다.
인천=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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