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3, 4차전에서 보여준 두산 디펜스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LG팬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살아서 휘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정수빈의 경이적인 움직임, 숨막히는 9회 두 차례의 결정적인 홈 승부. 임재철과 민병헌은 연달아 홈에 '레이저 빔'을 쐈다. 포수 최재훈이 두 차례 주자와 충돌하며 잡아냈다. 게다가 애매한 타구를 쉽게 처리한 김재호 오재원의 키스톤콤비.
한마디로 역대급 수비력이다.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수비력이 좋은 팀이 우승한 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포수, 내야, 외야가 모두 강했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다. 전 포지션에서 '슈퍼플레이'가 경쟁적으로 나왔다.
이 지점에서 궁금해진다. 두산의 역대급 수비력, 어떻게 탄생했을까. 거기에는 살아남은 그들이 있었다.
홍성흔은 "최재훈 허벅지. 정말 좋아"라고 입버릇처럼 칭찬한다. 그의 허벅지는 웬만한 여성팬 허리보다 굵다. 키(1m78)는 크지 않지만, 매우 탄탄하고 어깨도 강하다. 강한 하체와 어깨로 뛰어난 송구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두산 이토 수석코치는 최재훈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포구부터 송구까지 포수가 갖춰야 할 세밀한 테크닉을 전수했다. 결국 그의 강한 송구능력과 결합되면서 올 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김재호의 수비력은 시즌 전부터 리그 최고수준이었다. 천부적으로 타고났다. 부드러운 핸들링과 타구예측, 그리고 군더더기없는 송구동작은 '특급 유격수' 그 자체다. 하지만 문제는 기회였다.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은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많이 샀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타격능력도 문제였다. 하지만 올 시즌 모두 극복했다. 결국 포스트 시즌에서 그의 능력이 폭발하고 있다.
2007년 민병헌은 한국시리즈 6경기에 출전했다. 당시 SK 김성근 감독은 "두산의 우익수가 리그에서 송구능력이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이 말한 '두산의 우익수'가 민병헌이다. 올 시즌 민병헌은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당연히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찼다.
두산 수비의 핵심은 세 선수는 타고난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재능을 발휘할 기회였다. 올 시즌 이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은 우연일까. 아니다. 두산의 올해 시스템에 비밀이 있다.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세 선수가 잠재력을 동시에 폭발시킨 이유. 시즌 전 두산의 극심한 경쟁체제가 시발점이다.
두산의 야수진은 양과 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즌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주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 '주전과 백업을 구분지어야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이 가능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계속 공평한 기회를 줬다.
하지만 확실한 기준은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수비력이었다. 공격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최주환이 주전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유. 공격이 좋은 포수 박세혁 대신 송구와 투수리드가 뛰어난 최재훈이 양의지의 백업포수로 낙점받은 것도 같은 이유. 김재호 오재원 민병헌 정수빈 등이 꾸준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만약 두산의 두터운 야수진을 고려하지 않고 주전과 백업을 기계적으로 나눴다면, 지금처럼 막강한 수비력은 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과 황병일 수석코치는 항상 "우리 선수들은 능력이 좋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수비력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 믿음의 바탕에는 '두산 야수진의 능력은 타팀 웬만한 주전들보다 낫다'는 신뢰가 깔려있다.
또 하나, 경쟁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기량을 업그레이드했다. 타격 능력이 상승했다. 위에서 언급한 세 선수 뿐만 아니라 정수빈 이종욱 등의 타격이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더 많이 찾아왔다. 경쟁으로 인해 집중력도 강해지는 부가적인 효과를 얻었다. 결국 살아남은 그들로 인해 수비력이 더욱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수비력과 거기에 따른 센스는 타고난다. 두산의 대부분 선수들이 그렇다.
두산의 역대급 수비력에 대해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능력이 매우 좋다"고 했다.
외야에는 이종욱 민병헌 정수빈 임재철이 있다. 민병헌 정수빈 임재철은 모두 리그 최고수준의 송구능력을 지녔다. 김재호와 오재원의 수비력은 완벽에 가깝다. 게다가 손시헌이 유격수에 들어오면 김재호는 2루수, 오재원은 1루수로 이동한다. 멀티 플레이 능력까지 갖춘 키스톤 콤비다.
이런 선수들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두산의 코칭스태프는 정확한 판단에 의한 적절한 수비 시프트를 사용한다. 혹은 그런 수비에 대한 옵션을 선수들에게 맡긴다.
3차전 9회 2사 2루 상황. 2루수 오재원은 2루 베이스 근처로 수비 위치를 옮겼다. 두 가지 의도. 문선재를 묶는 게 첫번째 의도. 그리고 안타를 맞더라도 중견수 쪽이 아닌 우익수쪽으로 맞자는 계산. 그래야 홈에서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 실제 타자 이병규의 안타를 우익수 민병헌이 잡아 홈에서 아웃시켰다. 경기 후 김진욱 감독은 "오재원의 판단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더욱 정밀한 수비 시프트도 있다. 4차전 8회 1사 2루. 이병규(9번)가 좌선상 2루타를 쳤다. 그리고 이병규(7번)가 타석에 들어섰다. 장타력에 타격 컨디션이 괜찮았던 이병규였다. 교체된 두산 외국인 선수 헨킨스의 구위로는 쉽지 않은 상대. 이병규는 5구째 바깥쪽 공을 잘 밀어쳤다. 하지만 좌선상 까다로운 타구. 하지만 정수빈은 쉽게 잡았다. 이미 그 위치로 수비 시프트를 작용한 상태. 헨킨스는 5개의 공을 이병규에게 던졌다. 그 중 3개가 바깥쪽, 2개가 가운데 원바운드성 공이었다. 즉 바깥쪽으로 밀면 정수빈이 미리 위치한 곳으로 타구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4구째 헨킨스의 바깥쪽 공이 떨어지면서 볼이 되었지만, 두산 벤치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작전대로 잘 던지고 있다는 표시. 두산 코칭스태프의 적절한 수비시프트와 정수빈 개인의 능력이 잘 조화된 장면이었다.
결국 두산의 포스트 시즌에 보여주고 있는 역대급 수비력은 여러가지 변수들이 얽히고 설키 만들어진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인 두산이 가질 수 있는 한국시리즈 최대의 강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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