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박-결혼하신지 14년 됐는데요. 부부가 같이 기장이라는 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거 같아요.
황-장점은 제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죠. 심지어 공통으로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도 없고요. 밤새고 왔을 때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는 것도 장점이구요. 단점은 스케줄이 어긋나면, 정말 못 볼 때가 있어요. 13일 동안 한 번을 못 볼 때도 있었어요. 공중에서 관제사하고 교신하는 중에 목소리 듣고 '신랑이 들어오는 구나', '부인이 지금 나가는 구나' 그렇게 알아요. 또 안 좋은 점은 신랑보다는 아무래도 제가 부각이 되니까, 신랑이 기장이 되기 전에 이름보다는 '황연정의 남편'이라고 불려서 굉장히 미안했어요. 그래서인지 신랑이 저 때문에 더 많이 조심하는 거 같아요. 혹시 작은 잘못을 해도 남들보다 눈에 띌 수 있으니까요.
박-아이들은 어때요? 부모님이 다 파일럿이니까 뿌듯해 하나요? 아니면 자주 못 보니까 서운해 하나요?
황-처음에는 흔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엄마, 아빠도 기장이고 주변에 놀러온 이모도 기장이고, 삼촌들도 기장, 부기장이니까요. 그렇게 몰랐는데, 학교를 가 보니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예전에는 엄마가 짐 싸고 나갈 때마다 굉장히 싫어했어요. 이젠 '엄마 잘 다녀와'라고 해요. 간혹 제가 애들 혼내고 그랬을 때는 '엄마, 비행 나가!'라고 해요.
박-탄탄대로로 기장님이 되셨는데, 여자들은 아이를 가지면 단절이 되거든요.
황-결혼하고 5년 만에 아기를 어렵게 가졌기 때문에 아기를 낳고는 굉장히 행복했어요. 그런데 쌍둥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오히려 아기를 낳고 1년 만에 복직 했을 때는 살이 더 빠졌던 거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뿌듯했어요. 그나마 저희가 좋은 점은 신랑이랑 저랑 스케줄이 엇갈리면 서로 애들을 봐줄 수가 있어요. 아무래도 엄마들은 힘들고, 너무 쉬고 싶고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비행 나가서 쉬어요. 그게 장점이죠.
박-비행하는 것도 쉽진 않잖아요.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황-엄마들한테 '일하는 게 힘드니? 애 키우는 게 힘드니?' 물어보시면, '애 키우는 게 더 힘들다'고 해요. 일하는 것도 힘든데 그래도 이건 내 일이고 몸이 기억을 하잖아요. 그런데 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아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애를 키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박-보통 엄마들이 직장을 다니면, 오전에 나갔다 저녁 때 와서 아기를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기장님은 걱정이 되도 며칠 동안 아이를 볼 수가 없잖아요.
황-맞아요. 처음에 4박 5일 나가면 걱정이 돼, 계속 전화를 했어요. 애가 말도 못하는데 애들 숨소리라도 듣고 싶어서요. 요즘엔 영상통화도 하고, 필요한건 전화로 다 하니까 그나마 괜찮죠. 처음 아이 키울 때는 제가 몸이 힘들어도 좋으니까, 짧게 다녀올 수 있는 걸 많이 해달라고 했어요. 1박2일, 2박3일 이런 식으로 많이 다녀왔죠.
박-나가 있고, 힘들어도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로서 꼭 했던 게 있나요?
황-애들이 해야 할 것들은 다 챙겨놓고 나갔어요. 비행 나가기 전에 신랑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요. 애들이 해야 할 것, 애들한테 꼭 필요한 것들을 문자로 보내죠. 애들이 글씨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편지를 써놓고 나갔어요. 요즘에는 문자를 많이 보내고요. 엄마가 나가더라도 연락할 수 있다는 걸 계속 얘기했고요. 비행가면 엽서들이 있잖아요. 그 엽서에다 가끔씩 '엄마가 사랑한다' 이렇게 엽서를 보내주면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⑫]대한항공 황연정 기장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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