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들 한다. 이번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양팀의 상황이 극명하게 달랐다. 그 결과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시리즈 초반 성적이 나왔다.
통합 3연패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
삼성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전무후무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의 위업을 이룰 수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통합 3연패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만약, 류 감독이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 경우 이 영광스러운 기록을 이끈 류 감독의 이름은 한국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록에 대한 부담이 1, 2차전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굳어있었다. 단순히 정규시즌 후 휴식이 길어 경기 감각이 떨어진 차원으로 보이지 만은 않았다. 2차전 연장 상황이 그랬다. 희생플라이 하나면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 2번이나 만들어졌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선수들의 자신감이 없었다. 팀의 맏형 이승엽마저 그러니 다른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오죽했을까. 류 감독이 마무리 오승환을 4이닝이나 투입한 것도 결국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만들어낸 선택이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를 돌이켜보자. 3년 연속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류 감독인데, 이날만큼 유독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2년 동안은 이정도까지 긴장을 하지 않았던 류 감독이다.
마음 비운 선수들의 무서움
프로구단으로서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이 정상 정복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그것은 말이 안된다. 하지만 두산의 경우는 예외 케이스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벼랑 끝까지 몰렸다 5차전 혈투를 펼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를 4차전에서 마쳤지만 상대는 잠실 라이벌 LG였다. 매경기 피를 말리는 혈투였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산은 밑져도 본전'이라는 여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체력이 고갈되고 불펜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을 이길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선수단 내에서도 어느정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홍성흔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한국시리즈에서도 생계를 위한 야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플레이오프까지의 결과로 어느정도 생계는 해결됐다"는 유쾌한 농담으로 팀 분위기를 대변했다.
결론적으로 두산 선수들은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한 상태로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치렀다. 푹 쉰 삼성 선수들보다 경쾌하게 방망이가 돌아갔다. 2차전 연장 끝내기 패배의 위기를 여러차례 맞았지만, 불안하다던 불펜 투수들이 훌륭하게 위기를 넘겼다. 그 긴장된 상황에서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명원 투수코치가 위기를 맞은 투수들에게 한 말, "져도 괜찮다. 대구에서 1승1패면 된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던져라"라는 식의 얘기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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