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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어울리지 않은 사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경기 전 미리 구장 동선을 분주히 체크했다. 경호상 당연히 필요한 절차. 이렇게 잠실구장엔 조금씩 대통령의 시구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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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심은 21년 경력의 베테랑 나광남 심판위원회 팀장이었다. 경력만 놓고 보면 KBO 심판위원 중 네번째,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다. 하지만 그도 대통령의 시구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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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구 당시 분위기는 어땠을까. 물론 심판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5명의 경호원들이 그라운드에 나가 근접 경호를 펼치긴 했지만, 삼엄한 경비 체제가 펼쳐지던 과거에 비하면 분위기는 많이 풀어졌다. 프로 원년엔 심판 복장 뿐만 아니라, 선수 유니폼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 뒤엔 나 팀장과 심판과 비슷한 복장을 한 경호원들 뿐이었다. 안전을 위해 평소와 달리 모든 선수단과 다른 심판위원들을 철수시켰기 때문이었다. 시구자와 포수, 타자 외에 다른 인물은 나 팀장과 경호원들 뿐이었다. 나 팀장은 "그래도 많이 부담되진 않았다. 편하게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순간 포착된 사진은 포털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다. 나 팀장은 "조심스럽게 했는데 사진이 좀 민망하게 나왔다. 손을 잡았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래도 나름 신경 쓴 부분이었다. 다른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시구를 경험했던 선배들에게 들었던 에피소드는 없을까. 나 팀장은 "82년 프로 원년 개막전 시구 때 김광철 전 심판위원장께서 주심을 맡았다. 당시 플레이볼을 하는 동작에서 총을 쏘는 줄 알고 난리가 났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내가 그런 긴장되는 순간을 경험할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어쨌든 시구는 시구, 경기는 경기였다. 나 팀장은 "대통령은 대통령이시고, 난 내가 할 일을 해야 했다. 금세 마음을 진정시키고 경기에 임했다"며 미소지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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