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펼치고 있는 믿기지 않는 감동의 미러클. 가을의 기적이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9부 능선을 넘었다. 두산은 28일 잠실구장에서 계속된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 이로써 두산은 최소 93% 우승확률을 확보했다. 역대 30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을 먼저한 팀이 시리즈를 내준 경우는 단 2차례 뿐. 28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3승 고지를 먼저 점령한 팀의 몫이었다. 3승 고지를 선점한 30번 중 2차례 우승 실패는 모두 3승2패 상황이었다. 3승1패로 범위를 좁히면 우승 확률은 100%가 된다. 3승1패는 역대 13번 있었고 이 경우 이 팀들은 예외없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두산 선수단의 초인적 집중력이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와 플레이오프 4경기를 거치면서 두산 선수들은 많이 지쳤다. 박빙의 연장 승부가 유독 많았다. 한국시리즈도 편치 않았다. 1차전부터 접전을 벌인 데 이어 2차전에서는 최장 시간 연장승부를 펼쳤다. 패했던 3차전도 한점차 승부였다. 바닥 난 체력에 하나 둘 씩 쓰러졌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4차전에는 주축 타자인 오재원 이원석 홍성흔이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내야도 살얼음판이었다. 1명만 더 다치면 외야수가 내야에 서야 할 벼랑 끝 상황. 경기 전 민병헌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 3루수를 봤다. 송구가 1루 관중석에 들어갈 수도 있다"면서도 이날 3루수로 선발 출전한 후배 허경민에게 "다치는 것 걱정말고 뛰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 그는 캐치볼 단계에서 내야 송구 자세를 집중적으로 취하기도 했다. 김현수도 "내가 학교 다닐 때 별명이 땜방일 정도로 안해본 포지션이 없다. 필요하면 어디든 가서 뛸 수 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웃지 못할 두산의 참담한 현실. 그게 실제였지만 그들은 또 다시 기적을 만들어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어제 (오)재원이 다리를 잡고 홈으로 달려들어오는 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TV로 다시 보다가 꺼버렸다.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서 여기까지 왔다. 혼연일체의 마음으로 다른 선수들이 아픈 선수들의 몫을 메워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현실이 됐다. 한국시리즈 첫 타석에 들어선 3루수 허경민은 깔끔한 수비와 3타수2안타로 펄펄 날았다. 홍성흔 대신 지명타자로 나선 최준석은 1회 펜스를 직격하는 시원한 적시 2루타로 결승타점을 올렸다. 최재훈 대신 마스크를 쓴 양의지도 1회 희생플라이를 날린데 이어 수비에서도 온 몸을 던져 폭투를 막았다. 가장 약한 선발일 거라고 생각했던 이재우는 5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2피안타 무실점의 역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핸킨스 정재훈 윤명준이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는 품앗이투로 살 떨리는 한점차 승리를 지켰다. 2사 2,3루 역전 위기를 신예 투수 윤명준이 삼성 베테랑 타자 진갑용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해 차분히 경기를 매조지하는 순간. 두산 선수들은 마운드 위에 모여 격한 기쁨을 나눴다. 아픈 선수들도 뛰어나왔다. 지켜냈다는 자부심과 힘을 보태주지 못한 미안함이 짠한 승리의 가슴 벅찬 감격 속에 뒤범벅이 됐다. 그들이 부쩍 쌀쌀해진 잠실벌에서 흘린 건 땀방울 만이 아니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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