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생명은 올시즌 '빅3'에 들지 못했다. 수년간 에이스 역할을 한 베테랑 박정은이 은퇴 후 코치로 새출발했다. 박정은의 공백을 감당하기엔 아직 부족한 전력이었다.
개막 후 그 우려가 현실로 이어졌다. 3연패에 빠졌다. 중하위권 전력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공이 제대로 돌지 않고, 턴오버를 남발하며 자멸하기 일쑤였다.
그런 삼성생명이 20일 하나외환을 제물로 뒤늦게 첫 승을 신고했다. 3연패에 빠진 하나외환을 밀어내고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딜레마는 있다. 바로 '리빌딩'에 대한 딜레마다.
삼성생명의 새로운 축은 이미선이다. 지난 시즌 박정은과 이미선이 나눠 맡았던 역할을 이제 이미선이 혼자 해야 한다. 이미선은 박정은의 공백에 대해 "단짝이 없어진 것 같다. 외롭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이제 이미선이 그 중책을 맡아야 한다. 게임 리딩은 물론, 득점에서도 비중이 높아졌다. 주장으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잡는 것도 이미선의 몫이다.
이미선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런데 몸상태가 말이 아니다. 이달 초까지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나가 최고참이자 주장으로 맹활약했다. 준우승의 대가는 컸다.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배탈까지 심하게 나 체중이 4㎏이나 빠졌다. 개막 직전에 벌어진 일이라 회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코트에 서고 말았다.
처음엔 체력 안배를 시키려고 했지만, 팀 사정상 여의치 않았다. 이호근 감독은 "게임을 안 뛰고 몸을 만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결국 이미선은 아직 컨디션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4경기에 나서 평균 31분 41초를 뛰었다. 팀은 이미선 없이는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지경이다.
이미선은 "현재 컨디션은 50% 정도인 것 같다. 빨리 체중을 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출전시간 부분은 나에게도 큰 고민이다. 게임을 계속 뛰어야 하니 몸을 만드는 것과 조절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주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이미선은 "개인적으로 힘들다 보니 선수들을 잘 못 끌어줬다. 고비 때 미루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생겼다"며 "선수들과 미팅을 많이 하면서 나부터 달라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수 애슐리 로빈슨이 왼쪽 아킬레스건 수술로 시즌 아웃된 것도 악재다. 마땅한 대체선수가 없어 당장은 니키 그린 한 명으로 버텨야 한다. 뒤를 받칠 토종 센터 김계령의 역할이 커졌다. 하지만 김계령 역시 수술과 재활로 한 시즌을 날린 뒤, 여전히 몸상태가 좋지 않다. 믿고 내보낼 만한 상태가 아니다. 풀타임 출전은 힘들다.
이처럼 삼성생명은 자연스레 '리빌딩'의 과정에 놓이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베테랑 이미선 김계령 외엔 젊은 선수들로 하려 했으나, 이제 나머지 선수들의 성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감독은 "리빌딩이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이미선 김계령 외엔 노장이 없는데 발전속도가 더딘 게 좀 안타깝다. 나름 적정선만 유지해줘도 좋을 것 같다"며 입맛을 다셨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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