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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맨유를 '박지성의 후계자'가 무너뜨렸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김보경은 25일(한국시각) 영국 웨일즈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에서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46분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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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색이 짙었다. 맨유의 파상공세 속에 카디프 팬들은 안타까운 함성을 지를 뿐이었다. 기회가 왔다. 후반 46분, 맨유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대각선 지점에서 카디프가 프리킥 찬스를 잡았다. 포물선을 그리며 맨유 골문을 향하던 볼이 일순간 방향을 바꾸었다. 장신 수비숲을 뚫고 머리를 갖다댄 것은 1m78의 미드필더 김보경이었다. 상대 수비수들이 프레이저 캠벨 등 공격수들을 막는데 집중하는 사이, 틈을 파고 들어가 정확하게 볼의 방향을 바꾸었다. 38년 만에 안방에서 맞붙은 맨유에게 패할 줄 알았던 카디프 팬들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김보경 본인도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고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지난해 8월 카디프에 입단해 올 시즌 EPL에 데뷔한 김보경의 첫 골이다. 지난해 1월 2일 지동원(선덜랜드)이 맨시티 골문을 흔든 지 22개월여 만에 터진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득점이었다. 카디프를 잡고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를 편안하게 준비하려던 맨유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데이비드 모예스 맨유 감독은 "(김보경의 헤딩슛을) 잘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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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후계자, 걸어온 길도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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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닮았다. 체격 뿐만 아니라 왼쪽 측면 공격과 중앙 모두 커버 가능한 '멀티 기질'도 동색이다.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 대학생 신분으로 쟁쟁한 선배들이 모인 A대표팀에 합류해 경험을 쌓았다. 박지성은 명지대 시절 일본 J-리그 교토로 이적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PSV에 입단해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김보경도 홍익대 재학 중이던 2009년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해 프로에 입문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업적을 이룬 뒤 카디프로 건너갔다. 낮선 해외무대에서 초반 부진으로 야유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실력으로 이겨내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김보경이 카디프에서 박지성이 맨유 시절 달았던 13번을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박지성이 맨유 시절 입었던 붉은 13번 유니폼은 이제 김보경의 몫이다. 맨유전 동점골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김보경은 올 시즌 강팀과의 맞대결에 유독 강했다. 맨시티와의 EPL 2라운드에선 팀의 동점골과 역전골로 연결되는 측면 돌파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신보다 몸값이 몇 배 이상 차이 나는 맨시티 수비수들을 두려움 없이 뚫고 들어가 찬스 메이커 역할을 했다. 에버턴, 토트넘, 첼시전에서도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면서 눈도장을 받았다. 이런 경험은 브라질과의 A매치에서도 잘 증명됐다. 강팀을 상대로 쌓은 자신감은 맨유전 동점골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맨유전 동점골로 김보경의 팀 내 입지도 다시 주목 받을 전망이다. 맨유전 전까지 김보경은 경쟁자 조던 머치에 다소 밀렸다. 공격포인트와 왜소한 체격이 문제였다. 하지만 맨유전에서 이런 고민은 말끔히 해결됐다. 말키 맥케이 감독은 김보경 영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챔피언십(2부리그) 시절부터 김보경의 진가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맨유전 동점골을 계기로 김보경의 주전경쟁 구도도 다시 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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