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우승의 여신이 포항을 향해 웃었지만, 황선홍 포항 감독은 실감하지 못했다.
포항은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경기 직전 터진 김원일의 결승골에 힘입어 울산 현대를 1대0으로 꺾었다.
그야말로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황 감독도 인정했다.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기적같은 일이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서포터스, 포항 임직원들이 성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도자로 처음 맛보는 K-리그 우승이다. 황 감독은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1995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한 이후 K-리그에선 첫 우승이다. FA 우승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그러나 아직 모르겠다. 지나고 나면 이것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느낄 것이다. 내일 신문에 기사가 많이 나면 실감이 날 것 같다. 아무튼 감동적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이날 두 가지 전략을 준비했다. 그는 "두 가지를 준비했다. 전반 선제골을 넣으면 패스게임으로 잘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 밀집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후반 투톱으로 바꿨다. 결과가 좋았다"고 전했다.
경기종료 직전 결승골에 대해선 "추가시간 4분 동안 상대가 지연할 때 '정말 기적이 일어날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골이 들어가서 '이것이 기적이구나'라고 실감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올시즌 '더블(한 해 K-리그, FA컵 동시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황 감독은 모기업 포스코의 예산 삭감으로 외국인공격수없이 출발대에 섰다. 결국 황 감독은 '팀 정신'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팀 정신이었다. 조직력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어깨가 무거워졌다. 더 좋은 축구를 위해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 '더블'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리그에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과정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성적 뿐만 아니라 플레이에 집중했다. 선수들과 약속한 부분을 지킨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나 나 역시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걸은 것 같다"고 했다.
내년시즌 외국인선수 수급의 필요성을 강조한 황 감독이다. 그는 "내년 외국인선수가 필요한 것에 공감한다. 구단과 상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다. 현 상황에서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30경기를 잘해도 4~5경기에서 그르칠 때가 있었다. 장기 부상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선 보강이 필요할 것 같다. 더 큰 목표로 가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대감은 더 커졌다.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황 감독은 "팬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할 것이다. 또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줘야 하는 의무감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공감한다. 힘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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