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의 홍보마케팅팀에게 박경훈 감독은 '예스맨'으로 통한다.
구단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OK'다. 망가지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지난 5월26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진행한 '탐라대첩'이 대표적인 예다. 박 감독은 베레모와 검은 선글라스, 군복을 입고 경기장에 나섰다. K-리그사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박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고 '너무 가벼운 이미지로 흐르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고사했지만, 구단 직원의 간곡한 요청에 마음을 바꿨다. 그의 군복 패션은 K-리그 이벤트사의 큰 획을 그엇다. 팬들도 화답했다. 제주 역대 두 번째 최다 관중인 1만8751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제주는 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팀에게 수여하는 '팬 프렌들리 클럽(Fan-friendly Club)'상도 받았다. 제주 마케팅 중심에는 분명 박 감독이 있었다.
박 감독의 구단 사랑은 그만의 철학 때문만은 아니다. 이론적 배경도 있다. 박 감독은 18일 그가 강의를 했던 전주대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주제는 '지도자와 구단과의 신뢰성-팀 관계성에 의한 신뢰가 구단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지도자와 팬, 지도자와 선수, 지도자와 구단 등이 함께 잘 어우러질때 구단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내용이었다. 박 감독은 "꼭 경기력에 주제를 국한 시키고 싶지 않았다. 감독은 구단 전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 바쁜 시간을 쪼개 논문을 준비했다. 박 감독은 "논문 준비에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원생들과 함께 메일을 주고 받으며 자료를 수집했다.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과 챌린지 10개 구단에 설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했다.
박 감독은 구단 전반에 신뢰를 쌓고 구단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구단일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을 잘 이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게 그의 결론이었다. 박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수만 있다면 어떤 변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 2만관중이 들어선다면 트레이드마크 같은 백발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아직까지는 실패다. 박 감독의 구단 사랑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그의 머리색도 변하지 않을까. K-리그가 흥행하기 위해선 박 감독 같은 감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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