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상하게 마련이다. 하나의 틀이 굳어져버리는 건 퇴보로 이어지기 십상. 그래서 '경쟁'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경쟁은 건강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늘 선수들에게 '경쟁'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누구도 정해진 포지션이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면 선수들의 투쟁심이 커진다.
그런데 이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건전한 맞상대들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무한 경쟁'을 강조한다고 해도 선수간의 기량차가 크면 무의미한 얘기일 뿐. 그래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KIA가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민우(35)가 바로 그런 선수다.
KIA의 내야는 수 년째 큰 변화가 없었다. 1루수 최희섭이 부상 등으로 계속 들락날락한 것을 빼면 2루와 유격수 3루수는 주인이 확실했다.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이 확실한 키스톤콤비를 이뤘고, 3루는 이범호가 지켰다. 워낙에 이 선수들의 기량이 확실해 내야진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주전구도가 너무 고착화되면 경쟁력이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다. 2013시즌 안치홍과 김선빈이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기록한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몸이 아플 때 백업 선수가 적절히 뒤를 받쳐준다면 다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안치홍과 김선빈에게 그런 여유는 부족했다.
KIA에는 현재 박기남 외에 딱히 백업 내야수가 없다. 홍재호는 군에 입단했고, 신인 선수들은 기량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우는 많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보기드문 장신(1m84) 내야수인데다 시즌 20도루 이상이 가능한 스피드도 갖춰 여러모로 활용폭이 넓기 때문.
KIA가 김민우에 거는 기대감은 여기서 나온다. 수비력과 함께 기동력까지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깨가 강해 송구능력이 좋고, 타격에서도 자질이 있는 선수다. 또한 김민우 자신도 KIA에서 새롭게 야구를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크다.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는 김민우에게는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시즌 초반 33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48타수 14안타)를 기록하며 백업 내야수로 팀내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2012년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는 듯 했다. 그러나 6월에 엄청난 실수를 했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젊은 인생을 전부 망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그것을 가지고 계속 낙인을 찍는 것도 가혹한 일이다.
김민우는 그 사고로 전 소속팀 넥센과의 인연이 사실상 끊겼다. 만약 KIA가 2차 드래프트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야구 인생이 어려워질 뻔했다. 때문에 김민우도 KIA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다시 열겠다는 각오가 크다. 그런 김민우가 해줘야 할 역할은 일단 백업 내야수다. 3루수와 유격수, 2루수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더 활용가치가 크다. 올해 KIA 주장인 이범호도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으로 최근 수 년간 고생했던 선수다. 그래서 3루까지 커버할 수 있는 김민우는 이범호 안치홍 김선빈의 뒤를 모두 받쳐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기량이 2010~2011시즌 때 이상으로 올라온다면 백업에서 오히려 주전 자리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힘은 여전하다. 결국 김민우의 존재감은 기존의 주전 내야진에게 '안심'과 '긴장'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다. 건전한 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층 성숙한 김민우가 어떤 기량을 펼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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