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쉴 새가 없네."
1~2월 해외 전지훈련을 열심히 마치고 온 프로야구 선수들의 손바닥을 보면 안타까움이 들 정도다. 방망이를 하도 돌려 물집이 터지고, 또 터진다. 더이상 물집도 생기지 않아 그 자리에 굳은 살이 박힌다. 자신이 들어설 한 타석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치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선수들의 훈련을 더운 날씨 속에 일일이 체크해야 하고 또 펑고 쳐주기, 배팅볼 던지기 등 만만치 않은 노동 강도를 자랑하는 일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한창 이어지고 있는 LG의 전지훈련. LG 코칭스태프 중 유별나게 고생을 하고 있는 코치가 있었으니 바로 유지현 수비코치였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펑고 훈련을 할 때 공을 때려주는 역할은 수비코치의 몫. 전지훈련에서 가장 많이 진행되는 훈련이 바로 수비훈련이기 때문에 그만큼 유 코치가 때려야 할 펑고의 양도 늘어난다.
미국 전지훈련이 진행된 지 2주. 결국 유 코치의 손에 탈이나고 말았다. 방망이를 하도 많이 치다보니 왼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 제대로 공을 때리기 힘든 지경이 됐다. 하지만 자신의 펑고 타구에 선수들의 수비 실력이 쑥쑥 향상되는 걸 지켜보는 유 코치는 아픔보다는 기쁨이다. 붕대를 감고서도 싱글벙글한 모습이다. 그리고 또 열심히 펑고를 친다.
재미있는 것은 유 코치를 특히 힘들게 하는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이 아닌 베테랑 선수들이라는 점. 보통 해외 전지훈련에서는 유망주나 백업 선수들이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정규 훈련 시간 외에도 이 선수들이 훈련을 요청하면 코치들이 도와줘야 한다. LG도 정규 훈련 시간 후 오후에 자아발전시간이 있다. 타격이든, 수비든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훈련에 임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에는 보통 젊은 선수들로 운동장이 채워지기 마련인데 LG는 상황이 다르다. 28일(한국시각) 자아발전시간에는 정성훈과 권용관, 그리고 외국인 선수 조쉬 벨이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사연이 있다. 정성훈의 경우 올시즌을 앞두고 1루수 전환 훈련을 받고 있다. 3루수 벨의 영입 때문에 1루수로도 출전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면 1루 수비에서 구멍이 나면 안된다. 권용관 역시 박경수 백창수 등 새롭게 가세한 내야수들과 1군 진입 경쟁을 펼쳐야 한다. 최고참 축에 속해도 쉴 수가 없다. 벨의 경우 자신이 외국인 선수가 아닌 신인 선수라는 마인드로 모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 베테랑 선수들 뿐 아니다. 젊은 선수들은 당연히 훈련을 하겠다고 나선다. 때문에 유 코치의 할 일이 두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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