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투수 왕국'으로 불리던 1997년 시즌초 5명의 선발투수 가운데 왼손잡이가 3명이나 됐다. 직전 시즌 사이영상을 받은 존 스몰츠와 그렉 매덕스가 오른손, 톰 글래빈과 데니 니글이 왼손이었다. 5선발이던 테럴 웨이드 역시 왼손 투수였다. 보비 콕스 감독은 시즌초 선발 로테이션을 스몰츠-매덕스-글래빈-니글 순서로 짰다. 4월말 5선발이 필요한 시점이 되자 매덕스-글래빈-스몰츠-니글-웨이드로 순서에 변화를 줬다.
선발진이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된 팀은 아무래도 상대 타선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보통 3연전에 선발로 나서는 투수들이 오른손 또는 왼손 일색이라면, 상대팀은 타순에 큰 변화를 줄 필요없이 편하게 게임에 임할 수 있다. 하지만 오른손과 왼손, 강속구 투수와 제구력 투수가 번갈아 나오면 적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해 애틀랜타는 다양한 유형의 톱클래스 선발진을 앞세워 4월에만 19승6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며 레이스를 주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애틀랜타는 5선발을 케빈 밀우드로 바꿨을 뿐, 다채로운 선발진에 힘입어 지구 정상에 올랐다. 투수 개인의 실력 못지 않게 선발 순서도 3연전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올시즌 국내 프로야구 9개팀 선발진 가운데 오른손과 왼손의 조화가 돋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팀 중 하나가 한화 이글스다.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와 유창식 송창현이 왼손이고, 26세의 케일럽 클레이는 오른손 투수다. 4~5명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5선발 후보들 가운데 안영명 이동걸 조지훈 구본범 등이 오른손이고, 윤근영이 왼손이다. 붙박이 선발이 예상되는 투수들 가운데 적어도 3명이 왼손잡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한화는 요즘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이들 선발 후보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외국인 투수 2명에다 유창식과 송창현까지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다. 선발진을 꼽으라면 4명을 조심스럽게 인정을 할 수 있다"며 "나머지 선발 후보들도 현재 선발 프로그램에 따라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키플레이어는 유창식이다. 어느덧 프로 4년차가 된 유창식은 지난해 전지훈련서도 큰 기대를 받았다. 이번에도 김응용 감독은 유창식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 코치는 "창식이가 최근 일교차가 커 감기 기운이 있는데, 전반적인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다. 창식이는 팔꿈치, 어깨쪽에 불안정한 측면이 있지만, 관건은 이닝을 얼마나 먹고 가느냐이다. 16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한다. 캠프에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잘 만들어야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송창현은 지난해 후반기 선발로 인상적인 피칭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오키나와에서도 가장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송창현은 구속 현재 늘리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구속은 최고 146㎞, 평균 140㎞대 초반이었다. 평균 140㎞대 중반까지 높이는게 목표다. 정상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하고 선발 순서가 가장 앞쪽일 것으로 전망된다. 앨버스는 구종이 다양하고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다.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0경기에 등판, 2승5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8월13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는 9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정 코치는 앨버스에 대해 "지금은 타자를 세워놓고 던지는 시뮬레이션 피칭을 하고 있어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제구력은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왼손 선발 3명이 한화 마운드의 운명을 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틀랜타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화가 오른손-왼손의 선발 순서를 안정적으로 구축한다면 레이스에서 분명 강점을 지닐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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