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습니다."
수화기 넘어 들린 포항 관계자의 한숨이 짙었다.
'디펜딩챔피언' 포항이 눈폭탄 변수를 만났다. 13일까지 송라클럽하우스에는 30㎝가 넘는 눈이 쌓였다. 최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선수단이 12일부터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인 무릎 높이까지 쌓인 눈 탓에 훈련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구단 직원들이 총동원되어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었다. 황선홍 감독과 구단 프런트가 포항 이외에 훈련이 가능한 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프로 뿐만 아니라 실업, 대학 등 모든 팀들이 시즌 준비 중인 상황에서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쾌적한 그라운드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수소문 끝에 전남 고흥을 찾아냈다. 포항 구단 관계자들은 송라클럽하우스 제설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2주 앞으로 다가온 세레소 오사카와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를 준비하기로 했다.
하늘이 야속했다. 13일 오전부터 포항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을 치워 놓은 송라클럽하우스 그라운드에는 다시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하루 종일 추위와 싸우며 벌인 작업의 성과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선수단이 아침 일찍 고흥으로 떠나 오후부터 훈련에 돌입할 수 있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고흥은 (그라운드 사정이)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다.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다행 아닌가"라고 말했다.
물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선수단이 마냥 고흥에 머물 수는 없는 일이다. 1주일 간 훈련한 뒤 송라클럽하우스로 복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때까지 송라클럽하우스 그라운드가 정비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내린 눈의 양이 상당한데다, 14일까지는 눈이 계속 내린다는 예보가 있기 때문이다. 포항 관계자는 "이제는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웃으며 "다음 주 선수단 복귀 시점까지는 송라클럽하우스에서 훈련 진행에 무리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 감독은 "첫 경기(세레소 오사카) 전까지 훈련 시간이 많지 않다"고 근심을 드러내면서도 "천재지변을 막을 수가 있나.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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