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빅토르 안)와 닮은꼴 인생이다.
러시아로 귀화한 남자 스노보드 대표 빅 와일드(28) 얘기다.
와일드는 2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 파크에서 열린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와일드는 소치동계올림픽을 위해 외국에서 영입된 귀화 선수다. 미국 워싱턴주 출신 와일드는 2011년 러시아의 스노보드 선수인 알레나 자바르지나와 결혼하면서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에 올림픽 스노보드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선사했다.
금메달을 따낸 뒤 그의 절절한 인터뷰가 미국 팬들을 가슴치게 했다. 와일드는 "러시아는 나를 원했고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국적을 바꾸는)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계속 미국에서 스노보드를 탔다면 이미 은퇴해 평범한 직장인이 됐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러시아는 그런 나에게 기회를 줬다"고 덧붙였다.
'스노보드 강국' 미국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메달 5개를 따냈다. 이 가운데 4개가 하프파이프, 또 하나는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나왔다. 평행대회전에서는 아직 메달이 없다.
와일드의 어머니 캐럴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평행대회전은 TV중계도 거의 되지 않는 종목이다. 투자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며 아들의 안타까운 귀화 배경을 설명했다.
와일드도 인정했다. "미국에서는 내가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러시아는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챙겨줬다."
겹경사를 맞았다. 아내인 자바르지나도 이날 여자부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와일드는 "같은 날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고 기뻐했다. 자바르지나 역시 "남편은 국적을 바꾸는 어려운 결정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고 했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금메달 6개를 수확하는데 성공했다. 이 중 4개의 금메달을 귀화 선수들이 일궈냈다. 안현수과 와일드가 금메달 하나씩 획득했고,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타티야나 볼로소자르는 우크라이나에서 국적을 바꿨다.
러시아 귀화 선수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다관왕에 도전한다. 빅토르 안은 남자 계주와 500m, 와일드는 평행회전을 남기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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