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입단시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100개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로는 훌리오 프랑코, 카를로스 바에르가, 알 마틴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2000년 삼성에서 뛰었던 프랑코는 당시 메이저리그 통산 141홈런의 역대 최고 경력을 자랑했다. 마틴은 132개, 바에르가는 120개의 통산 홈런을 기록한 뒤 한국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한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팬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는 그만큼 좋은 것도 없다.
올해 메이저리그 통산 100개의 홈런을 친 외국인 타자가 2명이나 들어왔다. SK의 루크 스캇(36)과 두산의 호르헤 칸투(32). 스캇은 메이저리그에서 135개의 홈런을 때렸다. 역대 외국인 타자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수 2위의 기록이다. 칸투는 멕시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04개의 아치를 그렸다.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29일. 둘은 약속이나 한 듯 한국 무대 첫 홈런을 신고했다. 전지훈련 때부터 주목을 받은 스캇은 정확한 타격을 앞세웠고, 칸투는 무시무시한 파워를 뿜어냈다. 올시즌 이들이 홈런 경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음을 널리 알렸다.
스캇은 인천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밴헤켄을 상대로 0-1로 뒤진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풀카운트에서 7구째 141㎞짜리 가운데로 약간 몰린 낮은 직구를 잡아당겼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켱쾌한 파열음과 함께 우중간 관중석을 향했다. 이전까지 밴헤켄과의 승부에서 신중하게 공을 골랐던게 홈런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풀카운트까지 가는 과정에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참아내는 선구안이 돋보였다. 결국 밴헤켄이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낮게 던진 직구를 노렸다는 듯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렸다.
칸투는 잠실 LG전서 1-3으로 뒤진 4회 중월 역전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LG 선발 김선우의 초구를 볼로 고른 뒤 2구째 132㎞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쏠리자 힘차게 배트를 휘둘러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5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김선우의 슬라이더는 변화의 폭이 밋밋한 한복판 실투였다. 좋은 공이 들어오면 주저없이 방망이를 돌리는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전성 시절 4번 타자를 맡기도 했던 이들은 지난 겨울 마땅한 팀을 찾지 못해 한국땅을 밟았다. 스캇은 지난해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타율 2할4푼1리, 9홈런에 그쳤다. 칸투는 201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뛴 뒤 2012~2013년에는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하고 마이너리그 등을 전전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펼쳐보겠다는 뜻을 품고 태평양을 건넜다.
이들이 개막전서 친 홈런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띤다. 그동안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 프로야구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이와 관련해 "과거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을 보면 어슬렁거리고 자세가 달랐다. 한국 야구를 아래로 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메이저리그 출신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한국야구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았다. 스캇과 칸투도 마찬가지다. 전지훈련서도 성실한 훈련자세와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하나는 국내 토종 타자들의 분발 측면이다. 3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하는 넥센 박병호는 스캇의 홈런을 지켜보며 경쟁 의식을 더욱 가다듬었을 것이다. 스캇은 SK 동료 타자들에게 자신의 훈련 노하우를 전수해 주곤 한다. 칸투 역시 두산 타자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날 개막전은 역대 최고 수준의 외국인 타자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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