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동력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9개 팀 중에서 8위에 그친 KIA 타이거즈. 지난 시즌 전통의 명가 타이거즈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에도 뒤져 자존심을 구겼다. 시즌 개막에 앞서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기에 믿기 힘든 결과였다. 시즌 초반에 신바람을 내다가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어이없이 무너졌다. 선동열 감독, 타이거즈 구단, 팬들에게 2013년은 악몽이었다.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는 KIA. 올해 공격적인 면에서 가장 기대가 큰 게 기동력이다.
김주찬 신종길 김선빈에 지난 겨울 이대형이 FA(자유계약선수)로 LG 트윈스에서 KIA로 이적했다. 발이 빠른 타자 4명이 KIA 울타리에 모였다.
김주찬은 지난해까지 통산 1100경기에 출전해 329도루, 이대형은 1075경기에 나서 379도루를 기록했다. 신종길은 지난 시즌에 29개, 김선빈은 28개를 성공시켰다. 지난해 김주찬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23개를 훔쳐, 8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마크했다. 부진에 빠졌던 이대형은 13개에 그쳤다.
광주일고 동기생인 신종길과 이대형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에 이뤄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100도루를 합작하겠다. 우리가 100도루를 하면 팀 도루 200개가 가능할 것이다"고 했다.
그런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개막 2연전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KIA는 개막 2연전에서 유일하게 도루를 기록하지 못했다. 3차례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성공률 '0'이다. 반면, 삼성 라이온즈는 5번 모두 성공했고, 두산은 5차례 뛰어 4번 안착했다.
공교롭게도 세차례 뛰어 실패한 선수가 이대형과 신종길이다. 29일 삼성전 3회 이대형이, 7회 신종길이 안타를 때리고 나가 2루에서 잡혔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팀이 승리하면서 묻혔다.
하지만 30일 경기에서는 도루 실패가 전체적인 흐름에 악영향을 줬다. 1회 톱타자 이대형이 볼넷으로 출루했는데, 삼성 선발투수 밴덴헐크의 견제에 걸려 아웃된 것이다. 밴덴헐크가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성급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고 두 선수가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개막전 때 삼성 윤성환의 퀵모션이 빨랐고, 포수 이지영의 송구가 굉장히 좋았다. 그정도 스피드라면 누구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 선수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상대 배터리가 뛰어났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대형의 경우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욕이 강했다. 빠른 시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템포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은 인정을 해야 한다.
KIA는 타격과 장타력 모두 중위권 수준의 팀이다. 상대팀을 압도할만한 부분이 많지 않은데, 기동력은 다르다. 여러가지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굴곡이 적은 게 기동력이다.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을 수 있지만, 기동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당연한 말이되겠지만, KIA는 기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더 의욕적으로 뛰어야 공격이 산다. 이 부분은 코칭스태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물론, 기동력이라는 무기를 잘 쓰려면 부상이 없어야 한다. 적극적인 플레이와 무모한 플레이는 다르다.
개막전을 기분좋게 승리로 이끈 KIA는 30일에는 도루 실패로 공격의 맥이 끊기고, 수비 실책이 이어져 무너졌다. 지난해와 다른 타이거즈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희망과 실망을 함께 보여준 개막 2연전이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128경기 중에서 이제 겨우 2게임을 치렀을 뿐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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