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대한민국 사람들은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갖고 대하는 편이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같은 성을 갖고있는 사람이라면 가족의 느낌으로 다가가게 된다. 그런데 모비스 피버스 가드 양동근은 앞으로 양씨라면 오히려 질겁을 할지도 모르겠다. LG 세이커스의 가드 양우섭 때문이다.
양동근이 양우섭 앞에서 두 경기째 힘을 쓰지 못했다. 양동근이 3쿼터까지 부진했던 모비스는 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73대76으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2로 밀리게 됐다. 공-수 모두에서 팀의 핵심인 양동근이 주춤하자 어려운 경기를 하며 패하게 된 모비스였다.
양우섭 때문이었다. 양우섭은 이날 경기 내내 양동근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전담수비를 펼쳤다. 양동근이 벤치에 들어가면, 양우섭도 따라 들어가고 양동근이 출전하면 양우섭도 코트인 했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양동근을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 양동근이 지치는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움직임도 현격히 줄어들었고, 슈팅 성공률도 떨어졌다. 4쿼터 초인적인 힘으로 득점에 가담하기 전까지 활약이 부족했다.
사실, 이날 양우섭의 강압 수비 작전은 경기 전 예상됐었다. LG 김 진 감독이 2쿼터에 이 작전을 들고나왔고, 작전이 제대로 성공하며 LG는 승리를 가져왔다. 3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모비스의 대부분의 공격은 양동근에게서 시작된다. 양동근을 제어해야 승리할 수 있다. 오늘도 양우섭이 양동근을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 경기 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양동근에게 더욱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할 것이다. 그래야 경기가 풀린다"고 말했는데, 경기 내내 양동근은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경기 중반에는 아예 이대성 등 다른 선수들에게 리딩을 맡기는 모습이었다.
양동근이 4쿼터 3점슛 3개 포함, 17득점을 몰아치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책임을 양우섭에게 전가할 수는 없었다. LG의 고질인 앞서는 상황에서의 마무리 능력 부족이 다시 한 번 나온 상황에서 경험 많은 양동근이 노련한 대처를 한 것이라고 보는게 맞다. 양동근 대 양우섭이 아닌, 팀 전체 전술 대결에서 모비스가 LG를 이긴 것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LG가 4차전에 또다시 이 작전을 들고나올 수 있다. 양동근 뿐 아니라 양우섭도 체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양우섭이 체력에서 앞설 수 있다. 또 부담도 없다. 양우섭은 수비만 하면 된다. 만약, 너무 지친다 싶으면 유병훈, 박래훈 등이 이 역할을 대신 수행할 수도 있다. 반대로 양동근은 팀의 핵심으로 공-수 모두를 책임져야해 부담이 더욱 크다.
사실, 챔피언결정전 전에는 이와 같은 양동근 그림자 수비가 예상되지 못했다. 실제, 1차전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2차전 김 감독이 기가 막힌 한 수를 찾아냈다. 과연 양우섭 카드가 양팀의 챔피언결정전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만수' 유 감독은 3차전 4쿼터 승부처에서 양우섭의 수비를 무기력화 시키는 패턴 등을 보여주며 문제 해결 조짐을 보여줬다. 양우섭의 빗장이 풀리자 양동근과 모비스 모두가 살았다. 양팀의 4차전 결과가 궁금해진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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