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아닌 '루키'. KIA 타이거즈 우완투수 한승혁(21)이 1군 선발 데뷔전에서 '153㎞'짜리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한승혁은 1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한승혁이 비록 지난 2011년 KIA에 입단해 '루키'는 아니지만, 1군 선발 등판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루키'의 경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한승혁은 힘과 자신감을 앞세워 자신의 첫 선발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날 한승혁은 5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져 5안타 3볼넷 8삼진으로 1점만을 내줬다. 팀이 2-1로 앞선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은 첫 상대인 김태균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1루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필승조 김태영(34)과 교체됐다.
여러모로 KIA에 희망을 안겨주는 투구였다. 한승혁은 이날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투구수(93개)와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8개) 기록을 세우며 선발 연착륙의 가능성을 보였다. 당초 KIA는 홀튼-양현종-송은범-임준섭-박경태의 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그러나 박경태가 계속 부진하자 결국 선발에서 제외하고 롱릴리프였던 한승혁을 선발로 투입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승혁에 대해 "일단 자신감있게 5이닝 정도만 소화해줄 수 있으면 만족한다"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승혁은 이런 감독의 기대에 정확하게 부응했다.
한승혁은 이날 최고 153㎞까지 나온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122~130㎞) 커브(105~110㎞) 포크볼(129~137㎞) 등을 앞세워 매 이닝 삼진을 뽑아냈다. 첫 1군 선발 경기인 탓에 1회가 가장 불안했다. 선두타자 정근우를 삼진으로 가볍게 잡았지만, 2번 이용규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이용규가 2루 도루에 성공하자 제구력이 흔들렸다. 후속 피에에게도 볼넷 허용.
1사 1, 2루에서 4번 김태균에게 낮은 커브를 던졌지만, 김태균이 이 공을 정확히 받아쳐 좌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2루 주자 이용규가 손쉽게 홈을 밟아 한화가 1-0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한승혁은 후속 고동진과 김회성을 각각 삼진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1-1 동점이 된 2회도 약간 흔들렸다. 2사 후 9번 이희근에게 좌전안타, 그리고 후속 정근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 2루로 몰렸다. 그러나 앞서 자신에게 첫 안타를 뽑아냈던 이용규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한승혁은 3회와 4회를 연속 3자 범퇴로 끝내는 기염을 토했다.
5회에는 행운이 깃들었다. 첫 타자 이희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한승혁은 후속 정근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정근우가 2루 도루에 성공하며 1사 2루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한승혁은 이용규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3번 피에를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타구가 1루 선상으로 빠지는 듯 했지만, KIA 1루수 필이 몸을 날려 이를 잡아냈다.
그런데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한승혁에게 토스를 하려던 필이 공을 떨어트렸다. 그 사이 3루 베이스를 돈 정근우가 홈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필이 정확하게 포수에게 공을 던진 덕분에 정근우가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에 걸려 태그 아웃됐다. 한승혁이 추가 실점없이 5회까지 막아내자 KIA는 5회말 다시 1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한승혁에게 승리투수 요건이 부여된 순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승혁의 선발 승리는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KIA 불펜진이 7회초에 한화에 2점을 내주면서 역전을 당해 한승혁의 승리 요건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도 한승혁이 KIA에 새 희망을 준 것만은 명확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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