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형 윤빛가람 등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제주의 중원에 낯선 얼굴이 보였다. 등번호 37번을 단 신예가 베테랑 오승범과 에스티벤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데뷔전은 대박이었다. 강력한 압박과 안정된 패싱력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낯설어 했던 관중들은 후반 22분 교체돼 나오는 그에게 갈채를 보냈다. '제주가 야심차게 키우는 신예' 장은규(22)가 주인공이다.
깜짝 선발이었지만 준비된 카드였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장은규를 오랫동안 주목해왔다. 박 감독은 시즌 전 "제주 U-18팀인 서귀포고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볼을 굉장히 잘찬다. 기대해도 좋을 선수"라고 했다. 수비력은 좋지만 패싱력이 다소 떨어지는 오승범과 에스티벤의 플레이에 고민을 하던 박 감독은 전격적으로 장은규 카드를 꺼냈다. 인천전 승부처가 미드필드라고 판단한 박 감독은 볼소유력이 좋은 장은규를 기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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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규는 "경기 이틀 전 감독님으로부터 선발 출전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전혀 기미가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긴장할 법도 했지만, 장은규는 강심장이었다. 그는 "막상 경기장에 나서니 그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형들이 잘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때부터 긴장이 됐던 것 같다. 기대보다 경기를 잘 한 것 같아서 기분 좋다"며 웃었다. 재밌는 것은 부모님이 그의 역사적인 프로 데뷔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장은규는 "경기 끝나고 아버지한테 '축하한다'는 말 대신 욕을 먹었다. 괜히 기대하셨는데 경기에 못나가면 실망할까봐 일부러 경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많이 좋아하시더라"고 웃었다.
장은규는 제주 유스 1호다. 통영 출신인 장은규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서울 영희초등학교로 진학했다. 중동중에서 뛸 당시 서귀포고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너무 멀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중동고 2학년때 서귀포고로 팀을 옮겼다. 박 감독의 눈에 든 것이 이때부터다. 볼을 잘차는 선수를 선호하는 박 감독의 구미에 딱 맞아떨어졌다. 장은규는 제주 유스 1호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자부심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장은규는 "내가 잘해야 더 많은 유스 출신들이 팀에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더 잘하겠다는 생각 뿐이다"고 했다. 다행히 팀에 빠르게 녹아들았다. 장은규는 "감독님과 형들이 워낙 잘해준다. 송진형 윤빛가람 등 내 포지션에 잘하는 선배들이 많아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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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앞으로도 장은규를 적극 기용할 생각이다. 장은규 같은 유스 출신이 많아야 팀이 더 건강해진다. 그의 가세로 미드필드에 옵션이 한가지 늘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