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흔들릴 땐 야수들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그렇지 못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홈경기 첫 승에 실패했다. 2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올시즌 첫 피홈런을 포함해 9안타를 허용했고, 탈삼진은 3개 기록했다. 팀은 1대6으로 패배해 시즌 2패(3승)째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2.12에서 3.23으로 치솟았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는 89개. 평소 같았으면 더 던졌겠지만, 다저스 벤치는 6회 피홈런 이후 류현진을 강판시켰다. 이미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는 류현진을 마운드에 남겨두는 건 무의미하다고 봤다.
강판의 빌미가 된 피홈런 상황을 보자. 류현진은 1-3으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 저스틴 모노에게 좌익수 왼쪽으로 향하는 2루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놀란 아레나도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는데 이 부분에서 허술한 수비가 나왔다.
아레나도의 타구를 잡은 스캇 반슬라이크는 2루주자 모노의 추가 진루를 막기 위해 내야로 공을 던졌다. 보통은 이 과정에서 커트맨이 들어와 송구를 끊고 후속 플레이를 하기 마련이다. 2루주자의 홈 득점을 막는 동시에 타자주자의 2루 진루를 막는 것이다. 하지만 다저스 내야진에 커트맨은 없었다. 결국 송구는 힘 없이 홈까지 도달했다. 아레나도는 여유 있게 2루를 밟았다.
무사 1,3루와 2,3루는 차이가 크다. 1,3루 상황에선 1점을 내주더라도 병살타로 아웃카운트 2개를 늘릴 수 있다. 그런데 2,3루에선 타자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류현진은 결국 올시즌 홈런이 하나도 없던 러틀리지에게 몸쪽 직구를 던지다 좌월 스리런홈런을 허용했다. 류현진의 올시즌 첫 피홈런이었다. 홈런과 함께 류현진도 마운드를 내려갔다.
홈런을 허용하는 과정 뿐만이 아니다. 이날 주전 유격수로 나선 저스틴 터너 역시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 1-0으로 앞선 2회 역전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터너의 실책이 있었다. 류현진은 선두 아레나도를 중전안타로 내보냈지만, 러틀리지와 조단 파체코를 우익수 뜬공, 삼진으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2개를 확보했다.
하지만 투수 호르헤 데라로사에게 유격수 쪽 깊숙한 내야안타를 맞고 말았다. 그런데 힘겹게 공을 낚은 터너는 무리하게 1루로 송구를 했다. 원바운드된 송구는 1루수 뒤로 빠져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웃 타이밍이 아니라면, 굳이 무리하게 던질 이유는 없었다. 덕아웃으로 공이 들어가 추가 진루가 인정됐다. 2사 1,2루가 2사 2,3루가 되면서 류현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찰리 블랙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브랜든 반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1,2루였다면 블랙몬과 굳이 어렵게 승부할 필요는 없었다.
5회에도 터너가 '엑스맨'이었다. 선두타자 블랙몬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출루한 뒤, 류현진이 브랜든 반스의 희생번트 타구를 더듬는 실책을 범해 무사 1,3루가 됐다. 반스는 카를로스 곤잘레스 타석에서 2루 도루를 감행했다.
포수 팀 페데로위츠의 2루 송구를 받은 유격수 저스틴 터너는 1루까지 쫓아가 반스를 태그아웃시켰지만, 3루주자 블랙몬의 홈 득점을 허용했다. 협살 과정에서 반스를 1루로 몰아가다 마지막에 홈을 바라보지 않은 게 실점으로 연결됐다.
터너는 유틸리티 내야수다. 전문 유격수는 아니다. 하지만 내야 전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는 만큼, 협살 플레이 정도는 기본이다. 하지만 2회 기록된 실책을 포함해 5회 기록되지 않은 실책으로 류현진을 두 차례나 흔들었다.
다저스는 이날 낮경기를 맞아 일부 주전에게 휴식을 줬다. 칼 크로포드와 손가락 부상이 있는 핸리 라미레즈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공교롭게도 둘이 빠진 좌익수와 유격수 자리에서 문제가 생겼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라면, 탄탄한 수비는 필수다. 이처럼 허술한 수비라면, 어림도 없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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