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는게 좋다고 한다. 어떤쪽에서는 시즌 초반인만큼 신임 감독을 선임해 팀을 확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쪽 의견도, 저쪽 의견도 설득력있는 근거를 갖고 있다. 과연 어느쪽이 정답일까.
LG 트윈스의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이 지체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 선언을 한 것이 지난달 23일. 5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12일의 시간이 흘렀다. 구단은 "김기태 감독을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김 감독은 모든 신변 정리를 마치고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이제 더이상 '2014 시즌 LG 감독 김기태'를 만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LG가 남은 시즌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경기를 치러야 하고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꼴찌에 처져있지만, 언제든 반등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춘 팀이 LG라는게 야구계의 평가다.
하지만 5일 경기까지 선수단 등록 현황에는 감독에 김기태 감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형식상 감독은 아직까지 김 감독이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경기들의 승패 기록도 모두 김 감독의 승패로 기록되고 있다. 팀은 조 수석코치가 지휘하는데 기록은 김 감독에게 남는 기묘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LG가 하루빨리 팀 정비를 마쳐야 한다고 얘기한다. 팀 정비라는 것. 팀을 이끌 새 수장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시즌 중반 이후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 프로팀들은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 역할을 맡기고 남은 시즌을 치르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LG의 경우는 다르다. 김 감독이 단 11경기 만을 치른채 팀을 이탈했다. 때문에 확실치 않은 감독대행 체제보다 새 감독을 선임해 팀 분위기를 바꾸는게 낫다는 의견도 많다.
그렇다면 새 감독 선임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 LG의 팀 사정을 감안하면 쉽게 진행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지만 겨우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팀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왔고, 시즌은 이미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다. 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새 감독이 팀을 맡게 될 경우 분위기 반전의 의미에서는 좋지만, 당장 팀 내부가 어수선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감독도 선수들을 파악하는데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선수들도 새 감독의 성향에 맞게 야구 컬러를 단시간 내에 바꾸는게 쉽지 않다. 또, 감독이 바뀌면 코칭스태프 개편도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새 체제 속에 팀이 단단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LG는 이럴 여유가 없는 팀이라는 것이다. 꼴찌지만, 많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팬들 뿐 아니라 그룹에서도 야구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고 인기팀 중 하나인 LG가 시즌 중 무작정 새 감독 체제를 가동하며 팀을 어수선하게 만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실제로, 구단 내부에서도 새 감독 후보군과의 접촉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전권을 실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감독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오며 현재 LG 팀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공헌했다. 흔들림 없이 이번 시즌 팀을 끌고 나갈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카드다. 경기장에서 만난 선수들도 "수석코치님이기에 호칭 등은 어색하지만, 선수들은 코치님을 감독님과 같이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형, 삼촌처럼 선수들에게 격없이 대하는 조 수석코치를 많은 선수들이 따르고 있다. 조 수석코치도 정식 권한을 가져야 수석코치가 아닌 감독대행으로서 확실한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
그렇다면 LG 구단은 새 사령탑 선임을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LG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러 시간을 지체하는 게 아니다. 구단이 정말 심사숙고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팀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중이다. 기준은 오직 하나다. 팀이 하루빨리 안정되고, 또 미래를 내다봤을 때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를 선택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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