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사랑에 빠졌다. 바야흐로 '연애시대'다. 연애 버라이어티가 최근의 예능 트렌드를 주도하며 오랜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선두주자는 JTBC '마녀사냥'이다. 시청자들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MC들이 '그린 라이트'의 불을 켜거나 끄면서 연애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녀관계의 솔직한 감정은 물론 지상파에서 다루기 어려운 은밀한 사생활까지 거침없는 입담으로 풀어내 시청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다. 프로그램의 인기로 인해 '그린 라이트'가 남녀의 연애 감정이 통했을 경우를 표현하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후로 코칭 형식을 차용한 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지난 2월 말 종영한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는 연애 특강 강사인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아 청춘 남녀를 위한 연애 멘토링을 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는 연애와 결혼은 물론 이른바 '썸'까지 주제를 더 넓혔고, 방송인, 배우, 개그맨, 가수, 연애 강사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MC들을 내세워 리얼 토크쇼를 펼치고 있다. 오는 31일엔 정형돈과 김경란이 MC를 맡은 연애 솔루션 프로그램 E채널 '연애전당포'도 새롭게 전파를 탄다.
봄 개편을 맞아 지상파 방송사도 연애 버라이어티를 선보였다. MBC '연애고시'는 연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자 연예인들이 연애고시를 치르며 솔로탈출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컨셉트의 프로그램. KBS2 '두근두근 로맨스 30일'은 일반인 커플의 30일간 연애 과정을 보여주며 젊은 세대의 연애 풍속도를 담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스타들의 가상 결혼을 다룬 MBC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짝짓기와 리얼리티를 결합한 포맷이다.
최근의 이런 흐름은 연애 버라이어티가 봇물을 이루던 2000년대 초반을 연상케 한다. 당시 MBC '목표달성 토요일-애정만세', '강호동의 천생연분', KBS2 '산장미팅-장미의 전쟁' 등이 남자 연예인과 여자 일반인, 혹은 남녀 연예인의 '짝짓기' 과정을 다루며 큰 인기를 누렸다. 포맷은 토크쇼와 리얼리티로 변화했지만 로맨스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는 서로 상통한다.
연애 버라이어티의 인기에 대해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소통'과 '공감'에서 이유를 찾는다. '로맨스가 더 필요해'를 연출하는 문태주 PD는 "앞서 방송된 '김지윤의 달콤한 19'는 20~30대 젊은층을 겨냥했지만, 그보다 어린 10대 중고등학생과 40~50대 중장년층 시청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의외로 연애라는 소재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대별로 연애 풍속도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시청자들의 사연을 보면 시대적 문화적 배경만 다를 뿐 연애 스타일이나 연애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연애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애엔 정해진 답이 없고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능의 소재로서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 PD는 "연애에 관해서는 모든 사람이 전문가를 자처하지 않느냐"며 "시청자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연애라는 소재가 가진 매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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