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홈런포가 불을 뿜고 있다.
'괴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박병호는 27일 목동 SK전에서 홈런 2개를 몰아치며 시즌 19호를 기록했다. 박병호가 한 경기서 2개의 아치를 그린 것은 올시즌 세 번째이다. 3차례 모두 5월 들어 가진 경기다. 5월에 몰아치기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5월에만 벌써 1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1999년 5월, 2003년 5월 삼성 이승엽과 2009년 8월 KIA 김상현이 각각 15개의 홈런을 치며 역대 월간 최다홈런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김상현은 5월에 남은 4경기서 2개를 추가하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승엽이 2003년에 세운 56개의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시 이승엽은 팀의 40번째 경기에서 19호 홈런을 날렸다. 박병호는 44번째 경기서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페이스가 이승엽에 다소 처진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올해 박병호의 예상 홈런수는 55~56개인데, 이승엽의 홈런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우선 경기수가 적다. 이승엽이 56홈런을 친 2003년 팀당 133경기를 치른 반면, 올시즌 각 팀의 경기수는 128게임으로 5경기나 적다. 박병호의 경기당 홈런수가 0.43개이니 2개 정도를 손해보는 셈이다. 그러나 "한 시즌은 어디까지나 한 시즌"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1961년 로저 매리스가 61홈런을 치며 베이브 루스의 메이저리그 한 시즌 기록을 경신할 때 커미셔너인 포드 프릭은 "루스 시대는 154경기였고, 지금은 162경기나 된다"며 루스를 옹호했지만, 언론들은 "한 시즌은 똑같은 한 시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병호가 경험을 쌓을수록 홈런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12년 31개, 2013년 37개의 홈런을 치며 2년 연속 타이틀을 거머쥔 박병호는 올시즌에도 홈런왕이 확실시되고 있다. 경쟁자가 없다. 이날 현재 홈런 2위는 12개를 때린 NC 다이노스 나성범이다. 공동 3위에는 11개를 친 삼성 박석민과 최형우, 두산 칸투와 홍성흔 등 4명이 올라있다. 시즌을 두 달 정도 치른 시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타자들의 강세가 계속될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그들도 박병호의 기세에 완전히 눌렸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기록 달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3년 이승엽은 '심정수'라는 좋은 경쟁자이자 파트너가 있었다. 당시 현대 소속이었던 심정수는 53개의 홈런을 때리며 시즌 막판까지 이승엽을 위협했다. 이승엽이 없었다면 심정수는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홈런왕에 올랐을 것이다. 당시 이승엽은 홈런 선두를 달리면서도 "정수형은 무서운 홈런타자다. 내가 배울 점이 많다"며 심정수를 라이벌이자 존경하는 홈런 타자로 삼았다.
박병호 역시 훌륭한 파트너가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시즌 내내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0년 이대호가 44홈런으로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 2위는 32개를 날린 한화 최진행이었다. 이대호 역시 당시 경쟁심을 자극하는 선수가 있었다면 50홈런을 넘겼을 지도 모른다.
박병호는 아직 홈런 기록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눈치다. 이날도 경기후 홈런에 관해서는 특별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 30홈런을 넘어서는 시점이 되면 분위기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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