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김남일(전북)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꼬박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중원에서 발산한 카리스마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대명사로 불리울 정도로 강렬했다. 한-일월드컵 본선 직전 가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이 자신과 충돌해 부상한 사실을 전해들은 뒤 "(치료비는) 내 월급에서 까라고 하세요"라고 쿨하게 맞받아친 것은 카리스마의 백미였다.
12년이 흘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한국영(가시와)에게 김남일은 멘토다. "내가 (김)남일이형보다 나은 선수라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없다. 오히려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선후배가 연을 맺은 것은 2013년 6월 4일 레바논 베이루트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 때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쓴 뒤 A대표팀까지 치고 올라온 한국영은 김남일과 처음으로 마주쳤다. 한국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전까지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뛰는 경향이 두드러졌던 게 사실"이라면서 "(김)남일이형에게 당시 길목이나 패스 차단, 포지션 장악 등 여러가지 면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력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남일과 한국영은 닮은 꼴이다. 김남일이 카리스마 넘치는 관록의 플레이를 펼친다면, 한국영은 터프함이 무기다. 다만 의욕이 지나쳐 파울로 연결되는 장면도 많다. 지난 2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수비 상황 연습 중 공격수를 막다가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에게 "그런 식으로 본선에서 플레이를 하면 반드시 카드(경고)를 받는다"는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한국영은 "내가 무리해서 상대 선수의 볼을 빼앗으려다 뚫릴 경우 수비수들이 바로 공격수와 맞닥뜨리는 상황이 된다"며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 부분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확하게 포지션을 잡으려 노력 중이다. 주의해서 플레이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대 선수의 볼 터치가 길어지는 상황이 오면 과감하게 태클을 할 생각도 항상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한국영은 이번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호흡을 맞춘다. 기성용이 패스의 젖줄 역할을 한다면, 한국은 수비라인에 앞서 먼저 상대 공격수를 차단하는 식이다. 마이애미 전지훈련 뒤 기성용-한국영 조합은 흔들림 없이 신임을 받고 있다. 한국영은 "한 선수(기성용)의 포지션 공백이 생겼을 때 이를 커버하는 역할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본선 전까지 하루하루 후회없이 보내겠다는 생각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긴장보다는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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