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른 '라이언킹'의 장타력. 그러나 4연타석 홈런은 무리였다.
17일 인천 문학구장의 7회초 풍경.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타석에 나오자 관중석이 들끓었다. 삼성 팬뿐만 아니라 SK 와이번스 팬까지도 이승엽의 이름을 연호했다. 관중들이 이처럼 뜨거워진 이유는 하나. 이승엽이 진귀한 '4연타석 홈런'에 도전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환호성은 이내 아쉬움의 탄성으로 바뀌었다. 이승엽이 개인 첫 4연타석 홈런 도전에 실패했다. 2회와 4회, 5회에 '3연타석 홈런'을 쳤던 이승엽은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관중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영웅'의 뒷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2회와 4회에 각각 SK 선발 채병용을 상대로 연타석 솔로홈런을 친 이승엽은 5회 1사 1루에서는 SK 두 번째 투수 전유수로부터 중월 투런 홈런을 뽑아내 시즌 2호이자 통산 34호, 개인 3호 '3연타석 홈런'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승엽의 앞서 두 차례 '3연타석 홈런'은 모두 2경기에 걸쳐 다른 팀을 상대로 이뤄진 것이었다. 때문에 이날 기록한 '한 경기 3연타석 홈런'은 더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기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5회에 이미 3연타석 홈런을 달성한 터라 남은 타석에서 기록은 얼마든지 새로 쓰여질 수 있었다. 가능성만 따지면 '4연타석 홈런'이나 '5연타석 홈런'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관중들이 이승엽이 7회 네 번째 타석에 나오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 타석에서 천천히 걸어온 이승엽은 배트를 가볍게 두어 차례 휘두른 뒤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SK 세 번째 투수 이재영은 치기 좋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를 원하는 투수는 없다. 초구 파울에 이어 연속 3개의 볼이 들어왔다. 카운트는 3B1S. 볼넷이 유력한 상황.
이승엽은 그냥 걸어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 듯 했다. 5구째 낮은 포크볼(시속 134㎞)에 방망이를 크게 헛돌렸다. 그냥 놔뒀으면 볼넷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이와 비슷한 코스의 포크볼을 5회에 공략해 홈런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 공을 그냥 보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공은 배트에 걸리지 않았다.
결국 풀카운트. 투수 이재영은 직구(시속 145㎞)를 선택했다. 이승엽은 이 공을 받아쳤지만, 타이밍이 늦어버렸다. 결국 타구는 멀리 뻗지 못하고 유격수에게 잡혔다. 이승엽은 아쉬운 듯 덕아웃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관중들은 그를 향한 박수 세례를 멈추지 않았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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