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많이 좋아진 것 같네요."
6월25일. 64년전 분단의 아픔을 만든 한국전쟁이 벌어진 날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역사에서 보면 올해 6월25일은 꽤 큰 의미를 지닌 날이기도 하다. 사상 처음으로 선수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올스타 출전선수'를 뽑았기 때문이다. 사상 첫 선수들의 올스타전 출전선수 투표 현장. 분위기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선수들은 한결같이 "재미있다"면서도 "이런 변화는 반갑다"고 했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네요
이날 잠실(LG트윈스-NC다이노스)과 대전(한화이글스-롯데자이언츠) 대구(삼성라이온즈-넥센히어로즈) 광주(KIA타이거즈-SK와이번스) 등 4개 구장에서 총 8개 팀 선수들이 올스타 투표를 했다. 휴식일을 보내고 있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27일에 잠실구장에서 투표를 한다.
광주에서는 경기 시작 4시간 30분전인 오후 2시 경 1층 인터뷰실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홈팀 KIA 선수단이 먼저 투표를 했고, 이어 오후 3시30분쯤 야구장에 도착한 SK 선수단이 뒤를 이었다.
선수들은 눈 앞에 투표용지를 놓고는 무척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들었다. 동료의 이름을 찍어야 하는 순간이다. 자신의 이름을 고를 수도 있다. 그러나 장난스럽게 아무나 찍는 사람은 없었다. 신중하게 선택하려는 모습이 역력. 나지완은 "정말 어렵다. 누구를 골라야 하나"라며 장고를 거듭했다.
KIA 주장 이범호는 투표를 마친 뒤 "좋은 방식같다. 선수들이 인정하는 진짜 올스타를 뽑는 것 아닌가. 세상이 확실히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면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선수들의 첫 투표에 대한 소감이 이와 다르지 않았다.
역시 '대졸' 출신은 달라
뒤이어 투표장에 들어선 SK 선수들도 비슷했다. SK 선수들 역시 "이렇게 우리 손으로 직접 올스타를 뽑는다는 게 참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정권은 "엄청 신중하게 골랐다"면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스턴리그(삼성 두산 롯데 SK)의 올스타 외야수 부문 후보로 나왔지만, 팬투표에서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 중인 조동화는 연신 "잘 부탁한다"며 동료와 취재진에게 '인사 로비'를 씩씩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조동화는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투표를 하던 박정권에게 "역시 대졸은 달라. 시험지 풀 듯이 신중하네"라고 놀리면서도 은근히 자신을 찍어달라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정권이 과연 조동화에게 한 표를 던졌을까. 철저히 '비밀투표'로 치러진 터라 오직 본인만이 알 것이다. 그 결과는 최후 개표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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