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인 연패 탈출이었다. 선발이 아닌, 불펜에도 힘이 있었다.
올시즌 NC 다이노스는 확실한 '선발야구'를 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3명과 토종 에이스 이재학으로 이뤄진 강력한 1~4선발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한다. 선발투수들도 불펜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이닝이터'들이다. 마운드가 팀 사정에 맞게 정확히 구성돼 있다.
이런 NC에게 시즌 첫 위기가 왔다. 지난주 시즌 처음으로 4연패, 그리고 특정팀 상대 첫 3연패(스윕)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6월을 5할 승률(10승10패)로 마친 데다, 부진의 원인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는 "5월과 6월 중순까지 잘 맞다가 타격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다. 불펜투수들이 지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NC의 부진은 타격감 하락과 함께 선발투수들의 난조에서 왔다. 약점이던 불펜진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4연패 기간 경기 내용을 살펴 보면 알 수 있다.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5선발 이성민이 5이닝 2실점으로 선전했으나, 팀 타선이 무득점에 그치며 패배했다.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선발 웨버가 2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된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따라 붙어 7대8로 석패했다.
28일 롯데전은 에릭의 8이닝 4실점 완투패. 이날 역시 타선이 침묵했다. 29일 경기에선 5회 실책이 쏟아지며 선발 찰리가 4⅔이닝 9실점(1자책)으로 무너졌다. 28일 1득점, 29일 무득점으로 득점지원이 없는 가운데 불운까지 따랐다.
1일 창원 마산구장. 홈으로 돌아온 NC는 SK 와이번스와 만났다. 바로 직전 3연전에서 3주만에 위닝시리즈(2승1패)를 거두고 온 SK였다. 초반엔 상대의 기세에 눌리는 듯했다. 처음 만나는 상대선발 신인 박민호를 공략하지 못했다. 1회말 상대 실책으로 인해 선취점을 올렸으나, 3회 1사 1루서 김종호의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향해 병살 플레이가 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선발 이재학도 공이 좋지는 않았다. 그동안 이재학의 체인지업에 지독하게 당했던 SK 타자들은 철저한 대비를 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3회초 1사 1루서 이명기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5회 야수선택으로 추가실점하는 등 5이닝 3실점을 허용했다.
NC 타선은 5회말 상대 실책과 김종호, 테임즈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아 순식간에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NC 벤치가 움직였다. 선발 이재학을 5이닝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재학의 투구수는 89개였다. 5회 26개의 공을 던지면서 투구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전까지 투구수 관리엔 큰 문제가 없었다. 6회까지 맡길 수도 있었지만, 조기에 불펜을 가동했다.
대개 이런 경우 벤치에서 승부수를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좋지 않은 이재학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불펜을 믿은 것이다. 김 감독은 NC 불펜이 그럴 만한 힘이 있다고 봤다.
NC는 좌완 손정욱에게 ⅔이닝을 맡긴 뒤,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원종현에게 1⅔이닝을 맡겼다. 손정욱은 좌타자 박정권과 임 훈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원종현은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6회 2사 1루서 이대수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7회를 삼자범퇴로 마쳤다.
하지만 8회 위기가 왔다. 선두타자 스캇을 2루수 박민우의 실책으로 내보낸 것이다. 흔들린 원종현은 이재원에게 볼넷을 허용, 무사 1,2루가 됐다. 하지만 박정권을 149㎞짜리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네번째 투수는 베테랑 손민한, 하지만 손민한은 한동민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폭투로 4-4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폭투 이후 김성현을 삼진, 이대수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았으나 통한의 동점 허용이었다.
9회초는 마무리 김진성이 올라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막았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자기 공을 뿌리면서 9회말 공격까지 잘 이어줬다. 그 결과, NC는 9회말 김태군의 극적인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5대4 역전승을 거뒀다. 불펜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끝내기 승리였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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