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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는 강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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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를 몰아세웠던 알제리의 역습은 강력했다. 이슬람 슬리마니와 소피앙 페굴리, 엘아라비 수다니는 총알같은 스피드로 '안이하고 느린' 독일 수비진의 뒷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라마단 금식 기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르고 강인했다. '한수 아래' 알제리를 상대로 독일은 전후반 90분 내내 고전했다. 천신만고 끝에 연장 전반 2분 안드레 쉬를레의 선제골, 연장 후반 14분 메수트 외질의 쐐기골에 힘입어 승리했지만, '우승후보'답지 않은 졸전이었다. '준비된' 알제리의 파이팅과 포기하지 않는 투혼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볼점유율 63%대 37%, 슈팅수 29 대 11, 숫자에선 밀릴지언정 경기력, 정신력에선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바히드 하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연장접전 끝에 1대2로 패한 직후, 선수들을 하나씩 끌어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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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는 변화무쌍하고 과감한 전술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사막여우'라는 별명대로였다. 하릴호지치 감독은 전략가였다.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3경기를 포함 16강까지 4경기에서 단 한번도 같은 전술, 같은 라인업을 반복하지 않았다. 상대팀 컬러에 입각한 4가지 맞춤형 전술을 꺼내들었다. 벨기에, 러시아전에선 4백을, 한국, 독일전에선 5백을 가동했다. 선수비, 후역습 전략이었다. 벨기에전(1대2 패) 극단적 수비전술이 실패한 후, 적극적인 변화를 택했다. 한국과의 2차전에서는 무려 5명의 주전을 교체했다. '닥공'으로 맞섰다. 아프리카 팀 최다골인 4골을 쏘아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16강의 향방이 걸린 3차전 러시아전(1대1 무)에선 '에이스' 페굴리를 중심으로 브라히미, 벤탈렙 등이 뭉쳤다. 비기는 전략으로 4-2-3-1의 안정적인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전반 초반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후반 동점골을 터뜨리며 사상 첫 16강행의 위업을 달성했다. 독일과의 16강전에서도 알제리는 변화를 이어갔다. '벨기에전 원톱' 수다니를 다시 최전방에 내세웠고, '한국-러시아전 원톱' 슬리마니를 왼쪽 측면에 배치했다. 5백으로 독일 공격진을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한국-러시아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슬리마니가 숨돌릴 틈없이 스피디한 역습으로 독일 수비진의 혼을 쏙 빼놓았다. 깊숙이 내려섰다 눈깜짝할새 최전방까지 치고달리는 알제리의 기습공격에 독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직접 페널티에어리어까지 내려와 볼을 걷어내기에 바빴다. 전반 내내 알제리의 분위기에 말렸다. 약한 전력을 강한 전술로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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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이후 급격한 체력저하와 함께 알제리의 역습이 빛을 잃을 무렵, 알제리를 지켜낸 건 골키퍼 음볼리였다. 독일은 120분간 29개의 슈팅을 쏘아올렸고, 이중 22개가 유효슈팅이었다. 음볼리는 전후반을 통틀어 10개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했다. 투혼의 선방쇼였다. 1대2 패배에도 불구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음볼리를 MOM(Man of the Match, 경기최우수선수)으로 뽑아올렸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