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는 꼭 홈런을 쳐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것이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강변이다. 박병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박병호는 지난 8일 청주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홈런을 치지 못했다. 9경기 연속 무홈런 행진중이다. '행진'이라는 말이 의외로 들릴 정도로 그의 침묵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다. 지난달 2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29홈런을 날린 이후 대포 가동이 멈춰섰다.
박병호는 6월까지만 해도 시즌 50홈런을 넘길 수 있는 페이스를 보여줬다. 6월 6일부터 10일까지 그는 4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과시하며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2003년 이승엽의 56홈런을 넘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져다 줬다. 하지만 이후 박병호는 부담 때문인지 뜨거웠던 홈런포가 식어버렸다. 6월 26~27일 이틀 연속 아치를 그리며 감각을 회복한 듯 보였지만, 이후 9경기에서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뜨거운 여름, 장마철, 주위의 기대. 박병호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탓일까. 염 감독은 "박병호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보는 것이지, 그가 지금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박병호는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슬럼프에 빠졌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며 "박병호는 여전히 출루율이 높고 상대가 두려워하는 타자다. 박병호 때문에 강정호가 지금 기회가 많아지고 타점이 높아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병호가 홈런을 치지 못한 9경기에서 넥센은 8승1패의 급상승세를 탔다. 이 기간 타선은 경기당 평균 8.67득점을 올렸다. 박병호는 같은 기간 5안타 3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박병호가 넥센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은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주위 타자들이 훨씬 많은 기회를 가졌음은 5,6번을 치는 강정호와 김민성의 성적에서 알 수 있다. 강정호는 이날까지 최근 9경기에서 3홈런, 9타점, 14득점을 올렸다. 김민성은 1홈런, 10타점, 13득점을 기록했다. 상대는 박병호가 두려웠던 것이고, 그와의 정면 대결을 피했다는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이날 한화전에서 박병호는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타격감은 좋지 않았다. 병살타를 2개나 쳤다. 팀은 크게 이겼지만, 박병호가 한 역할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1회 2사후 3번 유한준이 볼넷을 얻은 뒤 한화 선발 송창현은 박병호를 상대할 때 볼카운트 3B1S에서 볼을 던져 4구로 내보냈다. 5번 강정호가 홈런을 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한창 잘 칠 때 시즌 60홈런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좋을 때만 생각하면 4할 타율, 60홈런, 200안타 이런 것들을 누가 못하겠는가. 박병호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고 팀을 위해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박병호에 대한 믿음이며, 걱정없음이다.
이어 염 감독은 "얼마전 박병호가 나한테 와서 '감독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 나는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라고 했다. 그것이 팀 아니겠는가"라며 "지금 시즌이 끝나도 29홈런, 60타점이면 한 시즌 자기 역할은 다 한 것이다"고 역설했다.
박병호는 존재만으로도 팀이 기댈 수밖에 없는 '큰 타자'가 됐다는 것이 염 감독의 생각이다.
청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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