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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애미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본선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에 포커스를 맞춘 훈련이었다. 빈틈은 용납되지 않았다. 홍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생사를 걸었다. 매일 훈련장에 나올 때면 선수들과 멀리 떨어져 훈련 장면을 지켜봄과 동시에 구상에 몰두했다. 이따금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보완점을 찾는 모습도 보였지만, 시종일관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전지훈련 성과를 중간평가하는 자리에선 자신의 미래를 예감이라도 한 듯 한 마디를 던졌다. "월드컵 뒤 0점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웃음)." 후회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그러나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의 중압감은 상상이상이다. '인간' 홍명보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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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전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거짓말 같은 패배에 모두 말을 잃었다. 23명의 선수들 모두 '포르투알레그레 참사'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했다. 선수들과 거리를 뒀던 홍 감독이 직접 선수들 사이에 뛰어들었지만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서 홍 감독은 고심 또 고심했다. 숱한 비난의 목소리가 주변을 휘감았다. 장고를 거듭한 뒤 나선 벨기에전의 히든카드는 변화였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끝내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다. 홍 감독은 벨기에전을 마친 뒤 "실력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개인적으로 후회는 없다"면서 "다른 이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중 감정이 복받쳤는 지 잠시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냉철한 판단력과 철저한 준비 뒤에는 누구보다 큰 승부에 대한 열정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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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