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루수 한다니까 열심히 훈련하고 있구먼."
1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둔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 연장 12회 혈투를 해서인지 다소 지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승리를 따낸 덕분에 덕아웃 분위기는 파이팅이 넘쳤다. KIA 선동열 감독은 "오늘 반드시 승리해서 위닝시리즈로 전반기를 끝내겠다. 선수들에게도 힘들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KIA의 선발 라인업은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전천후 백업 내야수 박기남이 데뷔 처음으로 1루수로 선발 출전할 예정이었다. 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 감독의 결정이다. 1루수를 할 수 있는 김주찬은 발바닥 통증으로 계속 지명타자를 해야 하는데다가 김민우 역시 이날 선발 유격수로 예정돼 있었다. 강한울이 최근 체력 저하로 허리 통증이 생긴 탓에 그 자리를 김민우가 맡아야 했다.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1루수를 할 수 있는 인물은 이범호와 박기남, 그리고 이종환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이종환은 수비력이 떨어지고, 경기 후반 대타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선수다. 그래서 결국 선 감독은 수비 능력이 뛰어난 박기남을 지목했다.
그러나 아무리 박기남이라도 1루는 낯설다. KIA에서 단 한 번도 1루수로 출전한 적이 없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1루수가 비교적 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준비를 해놔야 했다. 결국 박기남은 이날 경기 전 1루 수비 훈련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 감독도 그런 박기남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본인도 낯설어서인지 더 열심히 수비 훈련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이로부터 약 1시간여가 지난 뒤 정작 전광판에 뜬 선발 라인업의 1루수에는 엉뚱하게 이범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범호의 1루수 선발 출전은 KIA에서 딱 한 차례 있다. 바로 지난해 8월16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이후 331일 만에 다시 1루수로 나섰다. 원래 1루수로 예정돼 있던 박기남은 3루수로 나왔다.
이런 해프닝은 결국 1루 수비에 대한 박기남의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경기 전 짧은 연습만으로는 원활한 1루 수비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박기남이 코칭스태프에게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범호가 다시 약 1년 만에 1루를 지키며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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