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다시금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전반기를 4연패로 마감했으나, 후반기 들어 파죽의 5연승. 연승 속에는 삼성이 왜 강한지 증명한 장면이 있었다.
삼성은 현재 4번타자 최형우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 13일 대구 SK와이번스전에서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왼쪽 늑골 미세골절 판정을 받았다. 생각보다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29일쯤 몸상태를 점검해 복귀 시점을 조율할 예정이다.
류중일 감독은 "장기로 치면, '차' 하나를 떼고 하는 셈"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삼성에 강타자가 많다 해도 그 중심을 잡고 있는 4번타자의 공백은 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5경기를 보면, 빈 자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리를 비운 최형우가 머쓱할 만했다. 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박석민이 3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연패를 끊었고, 23일 경기에선 채태인이 6타수 5안타 2타점으로 개인 최다 안타를 날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24일엔 이승엽이었다. 전날 마지막 타석에 이어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홈런 2개 포함 5타수 5안타 7타점으로 회춘한 모습을 보였다.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 첫 경기가 열린 25일 포항 경기에선 다시 채태인이 5타수 3안타 6타점을 기록하며 개인 최다 타점 신기록을 썼다. 26일엔 '포항의 사나이' 이승엽이 선제 결승 홈런을 날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지만, 삼성의 경우엔 예외였다. 류 감독은 "그래도 4번 타자가 없는 타순은 무언가 빠진 느낌이다. 형우가 서운해하겠다"면서도 "우리 팀은 유격수 정도를 제외하면, 누구 한 명이 빠져도 다른 선수가 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의 선수층은 두텁다. 올시즌 포수 진갑용의 부상이나, 중견수 배영섭의 군입대로 인해 전력 약화가 우려됐으나, 공백 없이 순항중이다. 포수는 기존의 이지영에 신예 이흥련을 발굴했고, 중견수 포지션에서는 박해민이라는 새 얼굴이 혜성처럼 떠올랐다. 2군에도 재능 있는 인재들이 많다는 증거다.
최형우의 공백을 메운 중심타자들도 타격감이 최고조다. 박석민은 올스타전에 앞서 일본으로 넘어가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 있는 왼손 중지 주사 치료를 받고 왔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고 있다. 채태인은 "시즌 초반과 비교했을 때 컨택트 능력이 좋아지면서, 내가 노리는 공이 들어왔을 때 잘 맞고 있다"며 감이 좋음을 인정했다.
베테랑 이승엽의 활약은 특히 반갑다. 3연타석 홈런에서 보여준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과 포항에서의 7번째 홈런으로 어느새 시즌 23호를 신고, 한국무대 복귀 후 첫 30홈런 고지를 앞두고 있다.
이승엽은 "포항은 라커룸 환경도 좋아 쉴 때도 확실히 쉴 수 있다. 경기를 준비하기에 굉장히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25일 포항 NC전에서 기록한 23호 홈런에 대해선 "예전 56호 홈런을 칠 때보다 훨씬 좋은 타구가 나왔다. 완벽히 넘겼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003년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울 때를 언급할 정도로 전성기 같은 기분 좋은 감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사상 처음으로 30홈런 타자 4명 배출에 도전하고 있다. 이승엽(23개) 최형우 박석민(이상 22개) 나바로(20개)까지 4명이 30홈런 페이스다. 그만큼 골고루 활약하고 있다. 고공비행의 중심에 있는 이승엽은 "선수들 모두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고 있기에 잘 하는 것 같다. 내가 특별히 해줄 말이 없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류중일 감독 역시 선수들 칭찬에 나섰다. 그는 "전반기 막판을 4연패로 마치면서 위기 상황이었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때 쉬면서 우리 선수들이 후반기 준비를 잘해 준 것 같다. 요즘 중심타선이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분이 좋은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포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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