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출신인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내야수 선택 키워드는 '멀티포지션'이다.
단기전의 특성을 고려해 특정 포지션보다는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중용하겠다는 말을 이미 오래전부터 밝혀왔다. 2차 엔트리에서 올해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우고 있는 KIA 타이거즈 주전 2루수 안치홍이 일찌감치 제외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결국 28일 발표된 최종엔트리에는 류 감독의 내야진에 대한 철학이 깊이 담겨 있었다. 공격력과 함께 폭넓은 수비력으로 탄탄한 내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류 감독과 대표팀 기술위원회는 내야수를 6명 뽑았다. 박병호와 오재원 강정호 김상수 황재균 김민성이 류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이 가운데 박병호와 강정호 김상수는 이미 예상됐던 바다. 박병호는 1루수 전문 요원이자 대표팀의 핵심 거포 역할을 해줘야 한다. 거포 본능에 눈을 뜬 강정호 역시 100% 수긍이 간다. 수비 폭이 넓진 않지만, 안정성은 뛰어난 주전 유격수 후보다. 그 뒤를 젊은 피 김상수가 받칠 것으로 예상된다. 백업 유격수 김상수 역시 도루 능력이 있어 대주자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다른 세 명, 즉 오재원과 황재균 그리고 김민성의 발탁은 의외성이 크다. 사실상 대표팀의 '팀별 미필자 안배'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들이다. 류 감독은 "최상의 컨디션", "멀티 포지션 소화 가능"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포지션 경쟁자들에 비해 딱히 두드러지는 면이 없다.
오재원은 당초 백업 2루수로는 승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2루수가 내야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경험이 많은 정근우나 올해 최고의 활약을 보이는 서건창이 주전 2루수로 뽑힌 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오재원이 백업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게 그간의 야구계 전반에서 나온 전망. 하지만 류 감독과 대표팀 기술위원회는 오재원을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사실상 2루수를 한 명만 데려가겠다는 의지. 류 감독은 이에 대해 "2루수를 두 명으로 할 경우 투수 엔트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물론 김상수나 김민성 등이 상황에 따라 2루까지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들은 2루수 경험이 턱없이 적다. 자칫 2루 수비에 구멍이 생길 위험이 있다.
황재균과 김민성도 예상에서 다소 벗어난 인물들이다. 물론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2차 엔트리까지 남아있던 박석민에 비해 황재균의 공격력과 수비력이 앞선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물론 박석민은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활약을 보면 부상이 경기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김민성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김민성은 전문 3루 요원이다. 멀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2루수로 5경기, 유격수로 5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오재원이 3루도 가능하다고 봤을 때 차라리 서건창이나 아니면 정근우의 발탁이 수비력 강화에는 더 도움이 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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