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은 지난 겨울 FA 정근우와 이용규 영입 당시 "기동력과 수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숫자를 좀 보태기는 했으나, 두 선수가 합작 100도루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톱타자로 활약해 왔다. 각종 국제대회 대표팀 단골 멤버이기도 했다. 올 시즌 이용규는 지난해 9월 받은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근우는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뿜어내며 공수에서 빠른 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정근우는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도루 2개를 기록했다. 득점으로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넥센 수비진을 괴롭히며 고군분투했다. 1회초 2사 후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정근우는 김태균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빠른 스타트로 넥센 선발 문성현의 폼을 빼앗아 여유있게 세이프됐다. 시즌 20번째 도루. 정근우는 프로야구 최초로 9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했다. 도루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8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한 선수는 정근우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은퇴한 선수로는 전준호와 정수근이 있고, 현역으로는 정근우 외에 NC 다이노스 이종욱과 KIA 타이거즈 김주찬이 지난해까지 8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했다. 이날 정근우가 두 선수보다 먼저 시즌 20도루 고지를 밟은 것이다.
정근우의 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회 1사 1루서 정근우는 유격수 땅볼 때 선행주자 아웃으로 출루했다. 타석에는 1회와 마찬가지로 김태균. 볼카운트 3B에서 4구째 스트라이크 때 정근우는 2루 도루로 뛰었다. 육안으로는 판정이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이영재 2루심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정근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펄쩍 뛰며 이영재 심판을 향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이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했다. 이영재 2루심을 비롯한 심판진이 심판실로 들어가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TV 리플레이 화면상 정근우의 오른발이 넥센 2루수 서건창의 태그에 앞서 베이스에 먼저 닿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시 후 심판진은 판정을 세이프로 번복했다. 정근우의 시즌 21호 도루.
정근우는 이날까지 팀이 기록한 52개의 도루 가운데 40.4%를 자신의 발로 이뤘다. 통산 도루는 290개로 역대 랭킹 11위로 올라섰다. 지난 2005년 데뷔한 정근우는 2006년 45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한 적은 없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베이스러닝으로 빠르고 강한 야구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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