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들의 거센 도전이 예상됐는데,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올 시즌 후반기 프로야구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핫 아이템, 박병호(28)와 강정호(27)의 홈런왕 경쟁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4~5번 타자, 1년 선후배간의 보기드문 홈런 레이스가 흥미진진하다.
3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고 있는 박병호. 물론, 시즌 전부터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였다. 거포 실종을 걱정했던 한국 프로야구에 박병호는 특별한 존재다. 최고의 슬러거답게 시즌 초부터 홈런을 쏟아내며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앞서 2년 간은 초반 주춤하다가 속도를 냈는데, 올 해는 예열기간이 짧았다. 초반 외국인 타자 몇몇이 따라붙었지만, 박병호의 독주는 계속됐다. 지난 5월 24경기에서 무려 14개의 홈런을 터트렸고, 6월에는 9개를 때렸다. 40개, 50개를 넘어 60홈런 페이스로 질주했다.
그런데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주춤하더니,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슬럼프 수준으로 타격감이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최상의 컨디션에 올라왔을 때 오버 페이스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주위의 과도한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병호가 흔들릴 때 복병 강정호가 튀어나왔다. 박병호에 비해 폭발력이나 휘발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힘있고 꾸준했다. 5월 9개, 6월 9개, 7월 7개를 터트리며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했다. 강정호가 다가서면 박병호가 도망가는 패턴이 이어졌다. 그리고 강정호가 4일 LG 트윈스전에서 시즌 31번째 아치를 그려내면서 박병호에 2개차로 따라붙었다.
시즌 중반 이후 1~2위 간의 격차가 가장 좁혀졌다. 1997년 이종범(30개)을 넘어 역대 유격수 최다 홈런 기록을 수립한 강정호다. 이제 홈런왕 다크호스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박병호는 애초부터 홈런스윙을 갖고 있었던 타고난 거포 스타일. 성남고 시절에 4타석 연속 홈런을 때려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LG 시절에 주전경쟁에서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박병호는 히어로즈로 이적해 활짝 꽃을 피웠다. 히어로즈 구단은 2012년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가 2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는데, 박병호의 홈런스윙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풀 타임 첫 해인 2012년에 31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지난 해에 37홈런을 쏘아올렸다. 2012년에는 2위와 5개 차이가 났고, 지난 해에는 8개를 앞섰다. 일방적인 독주였다.
반면, 컨택트 능력이 좋고 장타력을 갖췄지만 전형적인 홈런타자로 보기 어려웠다. 2009년 23홈런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강정호는 2010년 12개, 2011년 9개에 그쳤다. 2012년 25개를 때리며 강정호는 지난 해에 22개를 쳤다. 박병호가 팀에 합류한 이후 홈런수가 증가했다. 나란히 중심타선에 포진한 둘 간의 시너지 작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강도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이 붙었다는 평가다.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박병호와 강정호 모두 4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 지나치게 타이틀을 의식하다보면 페이스가 흐트러질 수도 있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건강한 경쟁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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