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다.
11일 서울 목동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앞서 류 감독은 "우리 타순을 보면 승엽이가 살아나야 공격이 풀린다. 요새 21타수 무안타에 그치길래 포항에서 경기를 해야하는데라는 생각까지 했다"며 이승엽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류 감독이 이승엽과 포항을 언급한 이유는 최근 팀 공격력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이승엽은 7월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5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류 감독의 마음을 애태웠다. 이승엽이 못친다고 해서 삼성의 기세가 꺾일 일은 없었지만, 류 감독 입장에서는 팀의 '리더'가 좀더 힘을 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류 감독의 마음이 통했던 때문일까. 이승엽은 지난 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치더니 9일 넥센전에서는 2안타에 3타점, 이날 넥센전에서도 2안타에 3타점을 올리며 고감도 타격감을 뽐냈다. 8월 들어 류 감독은 이승엽을 '한여름 슬럼프'라고 진단했는데, 금세 자기 페이스를 찾은 것이다.
이날 현재 이승엽은 타율 2할9푼7리, 25홈런, 82타점을 기록중이다. 젊은 후배들과 뜨거운 경쟁을 펼치며 홈런 공동 3위, 타점 5위에 당당히 랭크돼 있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30홈런, 100타점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개인성적으로는 가장 좋은 기록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가치로운 것은 이같은 단순 숫자 때문이 아니다. 이날 현재 이승엽은 15개의 결승타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동료인 채태인과 NC 다이노스 테임즈가 11개로 공동 2위, 두산 베어스 칸투가 10개로 3위이며 넥센 유한준과 NC 나성범이 공동 5위다. 외국인 타자가 3년만에 등장하고 타고투저 현상이 크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이승엽의 클러치 능력이 단연 돋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넥센과의 경기에서도 이승엽은 0-1로 뒤지고 있던 2회초 상대 선발 소사의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날리며 분위기를 끌어온데 이어 연장 10회에는 2사 1,3루서 마무리 손승락의 몸쪽 143㎞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날리며 결승타를 뽑았다. 볼카운트, 구종, 상황 등 승부처에서 강한 타자임을 다시한번 증명해 보였다.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려 온 이승엽의 존재감이 지금은 팀타선과 연결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날 경기후 이승엽은 "클로스한(접전) 경기에서 이긴다는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다. 6회 병살타를 칠 때는 잘 맞은 타구였지만, 야구는 결과로 말해지는 것이다. 이후 안좋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형우가 동점홈런을 치고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런 상황에서 연장 결승타를 쳐 기분이 무척 좋다"고 했다. 팀승리와 후배에 대한 마음이다.
이제 이승엽은 통산 400홈런에 17개를 남겨놓게 됐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최다홈런 기록을 말할 때마다 400홈런을 언급했던 이승엽의 꿈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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