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토니 그윈은 침샘암(구강암의 일종)으로 고생하다 지난 6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그윈은 2009년 암투병을 시작했고, 약 5년 동안 병마와 싸웠다. 그의 나이 54세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3할3푼8리, 타격왕 8번, 19시즌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한 엄청난 타자였지만 암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암에 걸린 이유로 씹는 담배를 꼽았다. 그윈은 씹는 담배를 애용했었다.
그윈의 암투병과 사망 소식은 메이저리그 및 전세계 야구인들에게 다시 씹는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학 시절 제자였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도 이미 몇 차례 금연을 선언하기도 했다.
21일 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겨울 암수술을 받았다고만 공개했던 커트 실링이 처음으로 자신의 병명과 현재 건강 상태를 밝혔다.
실링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2000년대 최고의 우완 투수 중 한명이었다. 그는 은퇴 이후 암투병 전까지 미국 ESPN에서 야구 애널리스트로 일해왔었다.
실링은 보스턴 지역 스포츠전문 라디오(WEE/WESN)에 출연, 자신이 구강암의 일종인 편평상피암을 앓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30년 동안 씹는 담배를 이용한 습관이 암을 유발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투병으로 인해 현재 체중이 투병전 보다 75파운드(약 32㎏)나 빠졌다고 한다.
실링이 공개한 그동안의 암투병 과정은 참담했다. 6개월 동안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수많은 약물 주사를 맞았고, 고통스러운 방사선 치료가 이어졌다. 그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실링이 가장 힘들었던 건 방사선 치료였다. 7주 동안 1주일에 5번씩 방사선에 노출됐다. 얼굴에 구부러지는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그때 엄청난 구속감을 받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공포감까지 들었다고 했다.
실링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자신의 투병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씹는 담배와 구강암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는 여전히 음식물을 자유롭게 삼킬 수 없다. 체중이 빠지는 걸 막을 방법도 없다. 침이 자유롭게 나오지 않아 인터뷰 내내 물을 여러 차례 나눠서 조금씩 마셔야 했다.
실링은 이제부터 다시 암과 싸워야 한다. 그는 "회복하는 건 도전이다. 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맛도 느낄 수 없다. 지금은 냄새도 모르겠다. 그런 감각들이 제대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실링은 지난 겨울 우연찮게 암을 발견했다. 개에게 손가락을 물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자신의 목에 생긴 덩어리를 발견하고 추가 검사를 진행, 암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씹는 담배를 이용하는 건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스트라스버그 같은 경우 선배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과정에서 담배를 씹게 됐다. 그후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일부에선 씹는 담배가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경기에 집중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고 주장한다.
씹는 담배의 중독성과 그로 인한 건강상의 악영향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전설적인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도 씹는 담배를 애용했는데 결국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인 빌 터틀은 턱뼈를 잘라내는 등 5년 동안 암과 싸우다 1998년 사망했다. 그 역시 선수 시절부터 씹는 담배를 즐겼다.
이렇게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씹는 담배의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1993년 마이너리그에선 경기 중에 씹는 담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때도 메이저리그는 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간의 협상에서 씹는 담배의 금지를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선수들은 씹는 담배가 위험할 수 있지만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각자의 의지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존 패럴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은 "MLB 사무국이 씹는 담배를 사용하는 선수들을 설득해서 끊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는 선수들이 대중이 보는 앞에서 씹는 담배를 이용할 경우 벌금을 물리는 정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는 극히 일부 선수가 씹는 담배를 이용하고 있다. 대중이 보지 않는 곳에서 씹는 담배 보다 연기가 나는 보통의 담배를 더 많이 즐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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