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뒤늦은 장마가 한국 프로야구의 일정을 방해하고 있다.
8월 들어서만 벌서 23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경이적인 수치다. 24일 현재 앞서 3월부터 7월까지 취소된 경기를 모두 합한 취소 경기수(총 26경기, 3월 1경기-4월 6경기-5월 0경기-6월 9경기-7월 10경기)와 맞먹는 수치다.
이렇게 우천 취소로 휴식을 취하게 되면 선수들은 체력을 보존할 수 있다. 잔부상이 있는 선수들은 특히나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그 외의 경기력 측면에서 보면 우천 취소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야구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우천 취소가 길어지면 투수에게는 유리하고 타자들에게는 불리하다"는 분석을 한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타자들의 경우, 휴식이 자칫 길어질 경우 타격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 수비력에도 어느 정도는 감소 요인이 발생한다. 흔히 말하는 '경기 감각'과 관련된 부분이다. 타격이나 수비는 꾸준히 경기에 나설 때 좋은 흐름이 이어진다. 이게 우천 취소로 끊기게 되면 다시 새로운 집중력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원정경기 중인 선수들은 우천 취소가 된 이후 마땅히 훈련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실내 연습장이 완비된 구장이 별로 없는데다 이것도 홈팀이 우선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자들은 우천 취소가 하루 정도면 모를까,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썩 반가운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렇다면 투수는 어떨까. 투수들은 휴식이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어깨나 팔꿈치 근육은 쉴수록 더 생생해진다. 특히나 투수들은 타자와 달리 '데일리 플레이어'가 아니다. 선발은 등판 간격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불펜이나 마무리 같은 경우도 연투를 잘 하지 않는다. 때에 맞춰 등판하는 편이 더 좋은 구위를 보장한다. 그래서 우천 취소가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 우천 취소가 장기화되면 결국 투수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너무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구위는 좋아질 지 몰라도 제구력은 떨어질 수 있다. 지난 2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등판한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이 제구력 난조를 겪은 것이 좋은 사례다. 양현종의 이날 등판은 지난 12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11일 만이었다. 선발 등판을 한 차례 거르고 등판한 셈이다. 양현종은 어깨 상태에 관해 자신감을 보였지만, 제구력은 흔들렸다.
이와 관련해 KIA 선동열 감독은 24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우천 취소가 투수들에게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마침 이날 경기 역시 오후부터 내린 비로 인해 취소가 결정됐다. 선 감독은 "우리팀의 경우 8월에 겨우 11경기 밖에 하지 못했다. 우천 취소가 무려 8번이나 나왔다"면서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KIA는 지난 2~3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과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17일 광주 넥센 히어로즈전, 19~20일 광주 삼성전, 21일 잠실 LG전, 24일 광주 한화전이 취소됐다. 특히 주말 경기일정이던 2~3일과 17일의 취소는 다음날인 월요일로 미뤄졌다가 또 취소가 됐다. 실질적으로는 10차례의 취소를 겪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타자 뿐만 아니라 이제는 투수들도 경기감각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선발은 자기가 나설 타이밍이 정해져 있는데, 이게 자꾸 어긋나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불펜투수는 그나마 이런 문제가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이번 8월과 같이 계속 우천 취소가 반복되면 밸런스 유지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결국 KIA는 8월에 다른 팀과의 경쟁과 별도로 '우천 취소'와도 싸우고 있는 셈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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