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에이스의 위용이다.
SK 김광현은 다음 달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야구대표팀 멤버로 참가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의 목표인 메이저리그 진출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 구단 동의 아래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조건인 풀타임 7시즌을 채우려면 무조건 금메달이어야 한다. 그의 어깨에 대표팀 메달의 색깔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김광현은 사실상 결승전 선발이다.
대표팀 뿐만이 아니다. SK도 김광현이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시즌을 마쳐주기를 바라고 있다. SK는 아직 4강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28일 인천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2안타 1실점의 눈부신 피칭으로 4경기만에 시즌 12승을 따냈다. 이날 승리로 4위 LG와의 승차가 3경기로 좁혀졌다.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남은 시즌 에이스 김광현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개월간 계속된 무더위와 장마 속에서 페이스를 꾸준히 끌어올렸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같은 시기 다른 투수들은 힘이 떨어져 모든 수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데 김광현 만큼은 상승 곡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김광현의 직구 구속은 최고 153㎞였고,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도 여전했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밝혔듯 구속 변화를 통한 강약조절도 빛을 발했다. 스피드, 제구력, 경기운영능력 모두 정점을 찍었다. 비시즌 강도 높은 훈련, 철저한 자기관리, 뚜렷한 목표 의식이 김광현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평균자책점은 3.12에서 3.03으로 낮췄다. 어쩌면 올해 전체 투수들중 김광현이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지도 모를 일이다. 김광현을 뒤쫓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밴헤켄과 NC 다이노스 찰리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3.57과 3.58로 남은 기간 3점대 미만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후반기 들어 페이스에서 큰 차이가 난다.
평균자책점 추이를 보자. 올시즌 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지난 5월 24일 인천 LG전서 7⅓이닝 4실점으로 4.50을 기록하며 최악을 맞았다. 그러나 이후 김광현은 호투를 거듭하며 수치를 꾸준히 낮췄다. 6월 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점대에 진입하더니 6월 14일 LG전에서는 9이닝 1실점의 완투승을 따내며 3.42로 더욱 낮췄다. 6월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동안 8실점하며 주춤했지만,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에이스의 면모를 잃은 적이 없다.
7월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이날 LG전까지 8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1.71의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한 번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평균투구수는 111개였고, 직구 구속은 꾸준히 150㎞를 찍었다. 같은 기간 밴헤켄은 8경기에서 6승1패, 평균자책점 4.62, 찰리는 7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5.18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과 비교하면 김광현은 계절을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날도 문학구장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의 투구를 지켜봤다. 최근 두 달간 투구 내용이라면 확신을 가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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